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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4차 산업혁명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중)

거버넌스(協治)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 청년일보 】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단일 부처만으로 해결 가능한 정책문제 보다는 다수 부처가 함께 걸려있는 정책문제가 증가하게 되면서 협업이 행정 분야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간의 협업은 어려운 점이 많다. 정부조직법이나 국가재정법 상 협업조직의 설립과 예산 배분에 곤란한 법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정부조직법이나 국가재정법에서는 부처간의 인원과 예산이 칸막이처럼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정부조직법에 따라 각 부처 단위로 조직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구조로 인해 협업조직이 하나의 법인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사정이 이러니 협업조직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부처에 소속되지 않는 한  협업조직의 장은 업무를 위해 실제 공문을 발송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산 또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치된 중앙관서의 소관별로 구분하여 편성하고 배분하므로 부처간 공동명의로 협업을 할 때는 어느 한 부서를 통해 몰아서 예산을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조직의 경계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해서는 따로 예산 배정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물론 공통 경비나 통합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예산을 융통성 있게 운용하기 어렵다.


결국 협업조직은 부처단위에서 배정된 공무원들이 물리적으로 결합되어 있을 뿐 소속 부처에 보고하는 체제를 따름에 따라 스스로의 업무계획 조차 세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부조직법, 국가재정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부처간 칸막이의 해소와 함께 협업 조직운영을 위한 예산 pool을 구성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협업을 위한 조직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법적 구조가 취약한 상황임에도 지금도 부처간의 협업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5030 정책은 법규, 예산 등 협치 시스템을 개선하기 전에 수행할 수 있는 협치의 모범을 보여준다.


안전속도 5030이란 도시 중심의 상업지역에서는 도로의 제한속도를 기본 50㎞/h로 하향 조정하고 주택가 이면도로 등 보행 위주 도로는 제한속도를 30㎞/h로 낮춰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교통정책이다. 단순히 보면 경찰이 알아서 제한속도를 설정하고 단속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시부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떤 도로부터 적용해야할지 경찰청과 도로관리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제한속도 표지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로의 차로 수나 차로의 폭 등이 제한속도에 맞추어 재설계 해야 하는데 이는 도로관리청의 업무이다.

 

여기에 도로관리의 주체는 지방정부이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도 사업에 적극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청찰청만이 아닌 여러 정부부처와 전문기관들이 총 동원되는 협치가 필요하다.


때문에 경찰청은 2017년 5030협의회를 운영하면서 교통안전과 관련된 기관의 참여를 유도했고 2018년 국토교통부, 2019년 행정안전부 책임자가 공동위원장이 되는 체계를 마련했으며 자연스럽게 각부처의 실무자들이 긴밀히 접촉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햇다.

 

2018년부터는 “안전속도 5030 추진 매뉴얼” 발간을 위해 중앙 정부부처 뿐만이 아니라 서울시, 교통연구원,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손해보험협회 등 관련기관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각자의 업무계획과 성과를 공유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 힘을 합쳤다.


그 결과 도로교통법 관련 조문이 개정되고 국민들에 대한 합동 홍보가 이루어졌으며 마련된 매뉴얼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릴레이 워크숍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프로젝트의 범위가 부족한 교통안전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지자체에 지원할 것인지, 고령자 안전대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만일 경찰청이 5030 사업을 기획하면서 기존의 법규정의 한계에 묶여 이와같은 창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지 않았다면 현재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5030프로젝트는 사망자 감소뿐만이 아니라 사업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들을 관리, 통합하고 같은 시스템을 정부에 안착시키는 확산과정을 통해 더욱 진화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정부 부처간의 협치를 가로막고 있는 법규정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조직의 경계를 넘어 이루어지는 협업을 촉진하고 관리하는 항시적 조직을 신설하고, 필요한 직원들과 예산이 원활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시급한 연구와 함께 관련 규정들을 바꿔나가야 한다.

 

꼭 5030프로젝트의 효과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42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3천명대로 줄어들었다.규정에 묶이지 않은 창의적 협치가 아니면 가능했을까?

 

 

박종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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