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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최저임금 미만"...코로나19로 해외한인 '구직난'

지원서 내도 면접 오라는 곳 드물어…답신에 'no'만 있는 경우도
거리서 인종차별 다반사…비자·생활비 문제에 귀국 고민까지

 

【 청년일보 】 스페인에 4년째 머물며 공부를 마친 A(24)씨는 최근 현지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이다. 더는 학생이 아니니 취업해야 비자 전환이 되는데, 지금 같아선 학생비자가 만료되면 꿈을 접고 스페인을 떠나거나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올해 1월부터 구직에 나섰다는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변화를 실감하는 중으로, 식당 서빙부터 학원 강사, 한국어 과외까지 닥치는 대로 알아봤지만, 애초 10곳에 지원하면 7곳은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최근 2주 들어서는 지원서를 낸 15곳에서 연락이 전혀 없었다.

어렵사리 면접을 보러 간 식당에서는 "아시아인은 우리 가게에서 일할 수 없으니 일을 하려면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고 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메일로 "아시아인은 좀 꺼려진다"며 면접을 거절당하는가 하면, 아예 '노'(no)라는 메시지만 떡하니 보내온 곳도 있었다.

20일 해외 한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접어든 가운데 해외 각국에 나가 있는 한국 청년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인 피습 사건까지 발생한 가운데, 감염병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와 동양인 기피 현상이 맞물려 결국 귀국까지 고민하는 사례도 나온다.

호주 멜버른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이준호(25)씨는 5개월간 일한 식당에서 이달 18일 해고당했다. 인근 회사들이 모두 재택근무에 들어가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 되자 식당이 직원을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구직 웹사이트에 수십 건씩 올라오던 채용공고가 최근에는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귀국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고, 그나마 남은 것은 너무 비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들도 있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도 잦다고 하는데, 이씨는 "길에서 동양인을 보면 눈을 흘기는 일은 다반사고, 흑인들이 길을 가로막고 '코로나, 코로나' 외치기도 했다"며 "이런 동양인 기피현상 역시 구직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B(28)씨는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으며 사무직, 호텔 서비스직, 식당 등 30∼40군데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보라고 한 곳은 고작 두세곳이었다.

B씨는 "면접장에 가면 대놓고 '동양인이니 오지 말라'고 하진 않지만 '워홀러'(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은 지금 상황이 동양인 기피현상의 일종임을 잘 알고 있다"며 "최근 길거리에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야유를 받았다는 말도 이미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생활비가 바닥나기 시작해 귀국을 고민 중"이라며 "보통 워홀러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직전까지 한 달 정도 생활비만 갖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해외 단기 취업 프로그램인 워킹홀리데이에 참가한 한국인은 2010년 이후 4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기준으로는 호주 2만2천여명, 일본 6천500여명, 캐나다 4천여명, 뉴질랜드 2천900여명, 독일 2천여명 등 세계 23개국 총 4만1천250명에 달했다.

【 청년일보=안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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