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CEO들의 잇따른 법정行...'신뢰' 무너지는 바이오제약산업

 

【 청년일보 】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업계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의 CEO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줄줄이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되며,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상반기 내내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계 전반에 걸친 실적 하락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더해지며 국내 시장 위축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거듭하던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신뢰도 하락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CEO들이 법정에 서게 된 이유도 다양하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구성 세포가 바뀐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된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인보사에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 유래 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사기’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인보사 개발을 주도했던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 획득에 힘입어 지난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속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하는 등 부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꿈의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인보사를 통해 기업의 미래 지속성을 이어갈 계획이었던 코오롱그룹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06년 국산 1호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을 개발하며 ‘국산 보톡스 신화’를 이뤄냈던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무허가 원액으로 보톡스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 원액 정보 및 역가(효능 강도) 시험 결과를 조작해 총 73회에 걸쳐 39만4,274병 규모의 국가 출하 승인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로부터 범죄사실 등이 담긴 수사 결과와 공소장을 받은 식약처는 해당 품목과 위반사항을 등을 확인하고 메디톡신 50, 100, 150단위 제품에 대한 제조 및 판매 잠정 중단 명령을 내리는 한편,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식약처가 최종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메디톡스는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수요가 높았던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도 불 보듯 뻔하다.

 

유전자 재조합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개발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신라젠 문은상 대표도 최근 전격 구속됐다.

 

지난해 8월 미국의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가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한다”고 밝힌 이후 논란에 시달린 문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임상 중단이 공시되기 전 주식거래를 한 의혹까지 드러나며 구속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문 대표의 구속 이후 신라젠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는 한국거래소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에 해당한다’는 규정에 따라 상장 폐지 기로에 놓이게 됐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관련 기업 CEO의 잇따른 법정행은 업계 전체의 신뢰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불순물 사태 등 좋지 않은 일만 가득했던 지난해의 악몽을 떨치고 올해 ‘턴어라운드’를 다짐했던 시기에 등장한 또 다른 악재가 더욱 반갑지 않은 이유다.
 
업계는 이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기업의 현상을 점검하는 한편,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불법행위가 대부분 신약 개발과 관련해 발생한 만큼, 개발 과정을 비롯한 기업 운영을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필요도 있다.

 

품질이 모자란 제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판매하려는 일부로 인해 애써 쌓아온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일이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 청년일보=안상준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