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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약업계의 '기사 밀어내기’ 관행..."능사가 아니다"

 

【 청년일보 】 최근 제약업계내에서 자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에 배포하는 이른바 '보도자료' 에 대한 남발(?)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대다수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제약회사들 역시 언론에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기업활동 및 소식 등을 전한다. 이를 언론이 기사화해 홍보활동을 지원한다. 즉 보도자료 배포는 기업 입장에선 홍보활동이며, 이를 기사화해 널리 알리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 중 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순수성을 잃게 될 때에는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제약업계의 경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4시 사이다. 원칙은 아니지만 통상적이었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사인일 경우에는 다소 이른시간 또는 늦은 시간에도 배포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해당 시간을 벗아나 보도자료가 배포되면 앞서 언급했듯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의 내용인가를 살펴보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뭐지' 또는 '왜'라며 의구심을 갖게 된다.

 

최근 제약업계에 수년간 출입을 해온 필자로서는 좀처럼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보도자료가 A 제약회사에서 남발된 사례를 접하게 됐다.

 

의문을 갖던 중 A사 입장에서 볼때 다소 '불편한(?)'내용의 기사가 나왔다. 촉이 틀리지 않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일종의 밀어내기(?) 의도로 A사가 보도자료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구나 급하게 작성된 만큼 자료의 구성이나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기존에 알려진 내용 또는 한참 전 출시된 제품을 새로 런칭하는 것 처럼 꾸민 '뜬금없는' 자료 그리고 시의성을 잃은 행사 개최 자료 등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대부분 이처럼 의미가 퇴색된 자료들을 배포하는 것은 홍보팀의 성과 또는 자사에 민감한 기사를 감추기위한 일종의 '기사 밀어내기'와 무관치 않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제약업계의 '기사 밀어내기' 관행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대다수의 독자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주로 접하게 되면서 야기된 현상들이다. 이와 맞물려 '기사 밀어내기'란 새로운(?) 관행도 만들어졌다는게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에 의하면 기사 밀어내기는 오너의 비리행위 또는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등 불편한 기사를 숨길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고 한다.

 

제약업계내 많은 정보와 소식을 전하는 입장에서 볼때 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우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관련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제약산업에 높은 관심을 갖는 미디어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반면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광고협찬'을 요구하기 위해 지극히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매체들의 행태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이에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최근 모 인터넷 매체는 국내를 대표하는 상위 제약사인 A사 대표이사의 사생활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은 이미 수년 전 타 매체가 보도했던 것이었고,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에 A사는 기사가 보도된 직후 짧은 시간 동안 무려 3개의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그러나 3개 모두 긴급을 요하지 않는 이른바 ‘단신(?)’ 정도의 내용이었다. 이에 필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씁쓸함마저 들었다.

 

A 제약사 대표이사와 관련된 기사는 ‘보도자료 폭탄’ 밀려 포털 사이트내에서 순식간 뒤 페이지로 사라졌다. 이후 대표이사에 대한 기사는 해당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서 사라졌다.

 

B 제약사의 홍보팀 관계자는 “매체 네임벨류와 관계없이 포털에 등록된 기사는 검색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같은 기사가 표출될 경우 주주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적지않아 회사 입장에서는 기사 밀어내기를 통해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사 밀어내기를 통한 '위기관리' 관행은 사라질때가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자들 사이에서 푸념 섞인 목소리도 적지않다.

 

가장 큰 이유로는 윤리경영을 꼽는다. 기사 밀어내기가 최근 제약업계가 강조하는 윤리경영와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악의적이고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하는 기사는 강력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법적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기사 밀어내기 방식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도 인식해야 할 때다.  악의적인 기사임에도 불구 이를 기사밀어내기 또는 삭제 방식을 통해 해결하면 또 다른 매체들이 '재탕(?)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한다.

 

요컨데, 언론을 통해 제공되는 기업의 보도자료는 주주와 독자들에게 정보로 인식된다. 때문에 그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악의적 기사를 밀어내기 위해 의미 없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건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잘못된 관행이라며 고쳐야 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시 되는 이유다.

 

향후에는 가치 있는 정보와 의미 있는 내용들로 구성된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접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안상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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