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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秋리소설 ‘사라진 장관’...어머니의 외침

 

【 청년일보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영화 ‘마더’의 엔딩 장면을 두고 “감정에 충실한 장면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그렇게 하기 위한 테크닉이 집요하리만치 준비를 많이 했던 장면이예요. 아이러니컬 하지 않아요? 그렇게 준비를 해서 찍은 거지만 사실은 이 안으로 들어가면 우연의 뒤범벅이라는 것이죠”라고 설명한 적 있다.

 

감독이 대학시절 그려놓았던 이미지를 영화 장면으로 보여주기 위해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1년 중 단 하루를 선택하고 오전, 오후 단 30분만 허용되는 시간적 제약 속에 탄생한 엔딩 장면은 어찌 보면 우연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장면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치밀한 장면이었다.

 

“소설 쓰시네.” 국회 질의 과정에서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과 법무차관의 대가성 인사 의혹을 결부해 제기한 당시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답변했다. 소설가협회는 소설 문학을 '거짓말'로 폄훼해 소설가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말을 알 수 없는 추리소설처럼 장관 아들의 병가 의혹을 두고 여야가 정쟁의 논란에 휩쓸렸다.

 

추장관 아들인 서씨(27)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17년 6월 5~14일 1차 병가, 같은 달 14~23일 2차 병가, 24~27일 연가로 ‘아들인 서씨가 휴가 기간이 끝났음에도 무단으로 복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 추장관의 전 보좌관이 군부대로 전화해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국회국방위원회 질의에서 국민의 힘 소속 신원식 의원은 “휴가 기록도 없고, 군의관 소견서도 없고, 근거가 없다”며 “중령의 구두 승인만으로 집에서 지낸 게 적법한가”라고 질의했다. 이후 다음 날 당시 추 장관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군 관계자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앞서 추 장관은 보좌관이 군부대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야당의 고발 이후 8개월여 동안 검찰은 기소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서씨와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당직 사병 참고인 조사도 지난 6월에야 진행됐고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대위도 검찰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와 법조계에서 동부지검이 이 내용을 참고인 신문조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야권은 특임검사 임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소리를 높이고 있고 여권은 무리한 정치공세라며 맞받아 치는 형세 속에 이전투구식 정쟁만 가열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 아들의 군휴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김남우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승진에서 누락된 후 사표를 냈고, 담당 검사인 양인철 형사1부장은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았다”면서 검찰 인사에 대한 의혹까지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청와대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해 온 대검찰청 중간간부를 '전원 유임'시켜 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 요청을 '전원 교체'로 묵살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우리들병원 의혹 수사를 지휘한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 4명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서모씨의 병가 연장을 군 부대에 전화로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추 장관 보좌관 중 한 명이 최근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가 근무 중인 것도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정과 정의를 다루는 장관의 논란이 안타깝다면서  “교육과 병역의 문제야말로 우리 국민에게 역린의 문제이고, 공정과 정의의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추 장관 아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인 만큼 빨리 정리해 억울함을 드러내는 것이 맞다”고 강조하며 "이 문제는 정치적 논쟁으로 가져갈 문제가 아닌 간단한 사안이며 검찰이 빨리 수사해 결과를 발표하면 끝난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질의 과정에서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오늘 오전 회의에서 보좌관이 장교에게 전화한 사실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다고 했느냐"고 묻자 추 장관은 "마치 병가 사유가 없는데도 병가를 받았다는 듯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질문과 맞지 않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추 장관이 계속해서 같은 취지의 답을 이어가자 정성호 예결위원장마저도 "질문에 답을 하라"고 제지했지만, 추 장관은 "위원장님, 이것도 답변이다"라고 응수했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했던 전직 판사, 더불어민주당의 전 대표,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아들에 대한 병가 의혹을 덮고 보호하려는 듯한 어머니의 외침(?)만 있었을 뿐이다.

 

녹취록이 공개된 후 병가 의혹을 수사했던 동부지검과 추 장관, 그리고 변호인은 침묵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미스캐스팅이었네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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