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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별세]'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만든... '재계의 거인' 역사 속으로

1987년 삼성 회장 취임… 시가총액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증가
선진 경영시스템 도입, 도전과 활력 넘치는 기업문화로 세계 1류기업 발돋움
사회공헌활동 조직적으로 전개… 세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

 

【 청년일보 】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타계했다. 향년 78세. 지난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자택에서 쓰러진 지 6년 만이다.

 

1942년 이병철 삼성창업주의 3남으로 태어난 이 회장은 1966년 동양방송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에 이어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은 이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취임사에서 "'삼성 제2의 창업'의 선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소임을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한 이 회장은 다음 해인 1988년 '제2창업 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오는 90년대까지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초1류기업으로 발전시키겠으며 앞으로 각종 사회봉사사업을 비롯한 문화진흥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구성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1993년에는 지금도 회자되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며 삼성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한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경영 전 부문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삼성전자는 1997년 한국 경제가 맞은 사상 초유의 IMF 위기와 2009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이 회장이 취임하던 당시 10조 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387조 원으로 약 38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 원에서 72조 원으로 2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무려 396배 증가했다.

 

2020년 브랜드 가치는 623억 달러로 글로벌 5위에 올랐고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 베스트 상품을 기록하는 등 삼성은 명실공히 세계 1류기업으로 도약했다.

 

 

◇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

 

이 회장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혁신의 출발점을 '인간'으로 보고 '나부처 변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인간미와 도덕성, 예의범절과 에티켓을 삼성의 전 임직원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보고, 양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의 방향을 선회했다.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여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삼성은 연공서열식 인사 기조가 아닌 능력급제를 전격 시행했다.

 

또한, 이 회장은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했으며, 삼성 임직원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을 배우고 익히도록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해 5000명이 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데도 힘썼다. 인재 육성과 함께 이건희 회장은 기술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 기술인력을 중용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기술적 저변을 확대했다.

 

2002년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핵심 인재를 몇 명이나 뽑았고 이를 뽑기 위해 사장이 얼마나 챙기고 있으며 확보한 핵심 인재를 성장시키는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사장 평가항목에 반영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2003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업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 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이런 점유율의 배경에는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2007년 세계 최초 64Gb 나노 플래시 개발, 2010년 세계 최초 30나노급 4기가 D램 개발과 양산,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4기가 D램 양산 등의 기술이 있었다. 또한, '기술에 의해 풍요로운 디지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믿음에 의해 가능했다.

 

2012년 신년사에서 이 회장은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다. 기존 사업은 성장이 정체되고 신 사업은 생존 주기가 빠르게 단축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다. 경쟁력은 안에서는 사람과 기술, 밖에서는 사회의 믿음과 사랑에서 나온다.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는 일과 함께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에 달려 있다. 기업 문화를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사회공헌활동을 조직적으로 전개… 세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

 

이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삼성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하여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 구호비를 지원하고 있다.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장비를 갖춘 긴급재난 구조대를 조직해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맹인 안내견 등 동물을 활용하는 사회공헌도 진행 중이다.

 

임직원 역시 매년 연인원 50만 명이 300만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의 불우 시설에서 봉사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땀 흘리고 있다.

 

2013년 열린 신경영 20주년 만찬에서 이 회장은 "우리는 초1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한 길로 달려왔다. 임직원의 열정과 헌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창업 이래 최대 성과를 이뤘다"며 "우리가 이룬 큰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기대와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올림픽 TOP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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