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주열, '빚투 쪽박' 경고(?)에...코스피 거품 논쟁 점화

상승률 높지만 주요국 대비 평가지표 낮아”
전문가“과열·거품 존재, 신중히 접근해야”

 

【 청년일보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악재 속에 올해 개장 닷새 만에 3000선을 돌파한 코스피의 상승세가 꺾였다.

 

사상 유래없는 막대한 유동성을 무기로 지난 11일 장중 3200선까지 파죽지세로 지수를 밀어 올린 동학개미들도 기관과 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3100선을 내준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CEO들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코스피지수를 두고 거품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진단하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 은행 총재의 주식시장을 향한 경고성 발언이 증시 거품 논란을 점화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빚투 경고...거래소, 주요국 대비 평가지표 낮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며 "'빚투'(빚내서 투자)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주가 동향과 지표를 봤을 때 최근의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는 "너무 과속하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발생,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차질 등 충격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빚투'를 두고는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을 둔 투자 확대는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 총재는 "주가 조정 가능성에 유의하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어느 정도 자산 가격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현재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복원력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투자와 소비 부양을 목적으로 한 0%대의 기준금리 등으로 확대된 유동성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통화정책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부풀린 형국에 빚투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낙폭을 키워 2.03%(64.03P) 떨어진 3,085.90에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 기관과 외국인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증시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코스피 3000’ 거품론 점화...전문가들도 의견 분분

 

코스피 3000시대가 열리면서 증권가를 비롯해 향후 증시 전망을 논의하며 증시 거품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형세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은 ‘코스피3000시대 자본시장 최고경영자(CEO)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말 그대로 역대급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올해 들어 첫 5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자금 11조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축적된 금융자산이 저금리에 못 이겨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지만 가계의 금융자산 규모(4325조원)가 부채(1992조원)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합리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코스피 3000 돌파 기념 간담회’에서도 증권사 임원들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버블이라고 표현하기보다 저평가의 고리에 (다시) 빠지느냐를 우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일각에서 주식 시장 버블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시장의 가치를 보는 초점을 현재보다 미래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2차전지, 자율주행 소재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선순환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저평가가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높은 이익 변동성, 낮은 배당수익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꼽히는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평가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이날 ‘G20(주요 20개국) 증시 평가지표 분석’이라는 배포 자료를 통해 “최근 국내 증시가 글로벌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주식시장 평가지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상장 기업들의 거품 여부를 가늠할 때 쓰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가치(PBR) 등의 지표가 최근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비교하면 낮다는 것이다. 국내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각국 주요 기업들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12개월 선행 PER은 15.4배로 미국(23.7배)과 일본(23.6배), 중국(16.4배), 독일(16.3배)보다 낮았다.

 

PER은 기업의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이 값이 10배라면 회사의 향후 1년간 순이익 규모를 10년간 적립시 시가총액과 동일한 규모가 된다는 뜻이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유동성이 높아진 시장 상황에서 주가가 단기 급등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증하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겸임교수는 “미국 PER도 부풀어 있는 등 전 세계 증시가 거품이 껴 있는 상황이라 해외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지금 ‘금융 스트레스지수’가 금융 위기에 근접한 수준으로 높아 있는데 PER 지표만을 단순 비교해 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거래소는 지금 상황을 과열이 아니라고 볼 게 아니라 국민들한테 조심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거품론이 점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동학 개미들의 과열 징후를 제기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가만 있다가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이른바 포모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 현상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연말 “지금 너무 비싼거 아니야”고 생각하며 기다렸던 개인투자자가 새해에도 주가가 오르자 조바심에 한 번 더 몰리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증권 업계 등에 따르면 새해들어 재개된 신용대출의 잔액은 5대 은행 기준 4거래일만에 4500억원이나 늘었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도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9월 17조9023억원까지 치솟은 후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지난해말 국내 증시가 다시 상승랠리에 나서자 동반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18조, 19조를 연달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과도하게 주가가 오른 만큼 사소한 악재에도 증시가 흔들릴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고 경고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해 ‘큰 손’으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는 유동성과 부동산 규제, 학습 효과 등으로 장기적으로 투자 확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외국인 자금이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며 “외국인의 수급 방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