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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의 '늪'에 빠진 게임업계, 이용자에 대한 기본도 잊었나

 

【 청년일보 】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이제 필수 조건이 됐다. 확률형 아이템을 빼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확률형 아이템은 현금 또는 게임 포인트의 소모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얻는 뽑기형 상품으로, 지금은 국내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2013년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한 게임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너도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확률형 아이템을 넣지 않은 국산 게임을 찾는 것이 힘들 정도로 보편화됐다.

 

문제는 지나친 확률형 아이템의 남용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커졌다는 점이다. 로또와 비교할 정도의 극히 낮은 확률로 좋은 아이템이 나오도록 해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거나,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 비율과 나오는 확률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불신감을 조성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반발이 커져감에도 업계는 계속해서 '자율규제'만 외친다는 점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부작용이 나올 때부터 게임업계는 "법적인 규제보다는 업체가 알아서 조치하는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만 반복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게임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규제가 역외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사업자의 경우 법률 집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규제로 인해 산업 전반적인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가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업계가 외친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없었다. 지키지 않은 업체 목록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처벌이 없어 계속 어기는 업체가 여전히 존재하며, 확률형 아이템의 근본적인 부작용은 해결하지 않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뽑기를 통해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빙고식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컴플리트 뽑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은 자율규제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의원 발의 형태로 게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와 '무상 아이템과 결합된 유상 아이템의 확률 공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대해서도 게임업계는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국내 주요 게임사가 부회장사로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진흥보다 규제에 쏠렸다"며 개정안에 대한 협회 차원의 의견서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지난 15일 전달했다.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에 대해 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라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여 연구해야 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대표적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의견서 내용이 공개되자 국내 이용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게임의 재미'로 치부하는 것 자체가 이용자 입장에서는 난센스다. 또한, 아이템 획득 확률을 '영업비밀'이라며 밝힐 수 없다는 논리는 구매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멘트다.

 

법에서 정한 소비자의 기본 권리 중 하나는 '상품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다. 이용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돈을 받으려 하는 것은 사기나 마찬가지라며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보다 뽑기 시장이 더 활발히 전개된 일본에서도 컴플리트 뽑기는 사행성이 지나치게 심해 금지되고 있다. 게이머들이 국내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K-확률'이라며 비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역설적 수혜를 누린 게임업계는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몇몇 업체에서는 임직원 연봉을 크게 인상하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전부 이용자의 지갑에서 나온 돈 덕분이다.

 

이용자는 기업의 ATM 기계가 아니다. 이용자가 없다면 게임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용자를 단순한 매출 증대의 수단이 아닌, 함께 가는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진심을 담은 소통과 이용자가 납득할 만한 유료 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는 가장 기본이자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조치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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