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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영의 목불인견] 불공정과 내로남불, 그리고 야권 혁신 플랫폼

국민의힘의 4·7 재보궐선거 승리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반사이익'
내년 정권교체 위해 협업과 선의 경쟁은 물론 야권 체질 개선해야

 

【 청년일보 】 대통령 취임사는 한 개인의 메시지 차원을 넘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역시 마찬가지.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가슴 한 켠에 찡한 울림으로 작용할 만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1월부터 이 대목은 부정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적 목적의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남측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은 불공정(不公正)하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 그리고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특혜 채용은 청년층의 취업난과 맞물려 불공정 이슈로 확대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은 불공정 이슈의 정점을 찍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부상하면서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라는 취임사 대목이 재차 소환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특별히 공정이 요구되는 분야, 다시 말해 입시ㆍ병역ㆍ부동산 등 3대 분야에서 모두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LH 투기 의혹은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완결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는 제하의 저서를 출간했다. 강 교수는 이 저서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 중도에 그만 두고 말았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것이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며 민심이 들끓었을 때도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고 자신했다. '공정 경제'의 주창자이기도 한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가 수십 년간 애용한 낡고 해진 가죽가방은 도덕성을 증명하는 소품처럼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전월세 상한제(5%)를 축으로 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셋값을 14% 올려받았다. 공적으로는 세입자 보호를 말하면서 사적으로는 전셋값을 챙긴 내로남불은 국민들에 배신감과 함께 큰 상처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도 마찬가지. 박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임대차 3법을 발의한 주역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 첫 문단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과거 정부와 선을 긋고 더 나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문단은 지금 문재인 정부를 조소하는 반어적 의미로 바뀌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다.

 

경제ㆍ외교ㆍ안보 분야의 무능 역시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키워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고, 무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거짓말을 많이 했다"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한마디로 4‧7 재보궐선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분노로 변한 민심이 반영된 것이며, 국민의힘은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긴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내로남불, 무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말이 처음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지지부진하면서 '벽'에 갇혔다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에 실망하면 야당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 유권자의 통상적 모습인데,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다시 말해 보수 야당에 대한 '비호감'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4년 동안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등으로 계속 바뀌었지만 기득권을 대변하는 이미지와 체질이 변했다는 인식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제ㆍ외교ㆍ안보 분야의 정책, 특히 경제 이슈와 관련해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별 수 없을 것이란 인식 역시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려면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새 판을 짜야 한다. 오세훈 후보는 물론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그리고 이번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협업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특히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과 합리적인 개혁을 바라는 진보층까지 포괄할 수 있는 야권 혁신 플랫폼을 주장한 안 대표의 주장에도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청년일보 = 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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