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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영의 목불인견] 국민을 개돼지·가붕개로 보는 김어준의 내로남불

고액 출연료 둘러싼 논란에도 오히려 적반하장식 공세
정치적 편향성, 가짜뉴스 생산과 함께 내로남불도 '도마'

 

【 청년일보 】 세상에는 약 68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세기 말이면 절반이 사멸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淸)을 세운 만주족의 언어가 대표적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세계어로서 지위를 더욱 굳히고 있는 영어가 대표적이다. 유창함의 정도를 떠나 전 세계 인구의 25%가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에 저장된 정보의 80% 이상은 영어로 돼 있다. 심지어 이슬람 테러집단도 선전선동에 나설 때는 영어를 사용한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 역시 세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대박(Daebak), 먹방(Mukbang) 같은 말이 해외에서 일반명사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들은 김치(Kimchi)나 소주(Soju) 처럼 낱말의 소리를 단순히 알파벳으로 옮긴 것이라서 호불호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에서 비롯된 갑질(Gapjil)이나 꼰대(Kkondae) 같은 말은 상황이 다르다. 외신은 일터에서의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으로 번역하면 갑질의 인격 모독적 뉘앙스가 담기지 않아 그대로 썼다고 한다. 꼰대 역시 'old man'이나 'senior citizen'으로 옮겨 쓰면 어린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나이 먹은 사람이란 부정적 느낌이 사라져 그대로 굳어진 경우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우리나라의 4.7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이유로 '내로남불'을 꼽았다. 그러면서 'double standard'(이중 잣대)로 쓰지 않고 'Naeronambul'을 그대로 썼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이중 잣대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중 잣대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평가를 하는 행동 또는 태도를 말한다. 도로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천천히 차를 몰면 소심운전이지만 자신이 천천히 가는 것은 안전운전이라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남의 집 애들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고, 자신의 자식이 어른에게 따지는 것은 자기주장이 뚜렷한 것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이중 잣대는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방어기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을 혹독하게 비난하다가도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하면 비난의 잣대를 없애버리거나 비난 수위를 낮춘다. 이중 잣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비판은 당위인 만큼 이마저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뇌물이 관행이라고 해서 뇌물 자체를 옹호할 수 없고, 사회범죄가 현실의 일부라고 해서 이를 인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내로남불의 속성은 사뭇 다르다. '나는 되도 너는 안 된다'는 왜곡된 가치관과 함께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한 사람이 도리어 성을 내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행태를 보인다. 자신의 잘못이 훗날 부메랑처럼 되돌아와도 이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역공에 나서는 등의 철면피함이 내재돼 있다.

 

요즘 이 같은 내로남불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교통방송(tbs)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고 있는 김어준이다. 그는 사실관계를 따지기 전에 본인의 주장을 먼저 내세운다. 물론 사실과 달라도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간다. 특히 본인이 가장 많은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면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언론의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인다.

 

음모론(陰謀論) 역시 그의 전매특허 중 하나. 어떤 이슈가 됐든 배후에는 권력 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실체와 관계없이 음모론을 이용하면 '착한 우리'와 '나쁜 그들'로 이분화가 가능하다. 착한 우리는 선량한 희생자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반면 나쁜 그들은 공적(公敵)이 되는 것이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에 정치적 편향성의 꼬리가 붙어다니고, 대한민국 내로남불의 대명사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어준은 최근 고액 출연료 논란을 빚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면서 하루 200만원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방송의 프리랜서 작가는 월 200만원 수준의 급여만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뉴스공장이 주 5회 방송되는 것을 고려하면 김어준의 수입은 주당 1000만원, 연간 5억원이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뉴스공장을 진행해 온 만큼 총 수입은 23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어떤 유명 연예인조차 부럽지 않은 '신의 직장'인 셈이다.

 

김어준은 평소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소득격차 해소 정책에 지지를 보내온 사람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김어준은 지난 2007년 구입한 성북동 주택으로도 도마에 오른 상태다. 호텔 방을 개조해 전ㆍ월세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정책을 옹호하면서 정작 본인은 62평에 달하는 2층 단독주택을 소유한 것이다.

 

호텔 방과 주거용 주택은 기본 구조나 주거환경 자체가 다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만 편히 아이들 키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주거공간이지 단칸 호텔 방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서민들에게 닭장 집에서 살라는 말이나 똑 같다"는 비난이 나왔다.

 

김어준이 성북동 주택을 구입하면서 조달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6%에 달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 40%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소위 말하는 '영끌'이다. 시세도 10억원 가량 올랐다. 원래 집이란 것이 대출을 일으켜 사는 것인데, 진영 논리를 내세워 이를 투기꾼 또는 적폐로 몰아넣고 본인은 영끌해서 집을 샀다니 화날 뿐이라는 각종 커뮤니티 반응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김어준이 괜히 대한민국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고액 출연료 논란에 대해 "뉴스공장으로 버는 수익이 교통방송 전체 제작비를 합친 금액 정도 돼 자본 논리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지지자로 보이는 노영희 변호사는 "수익을 내주는데 회당 출연료 200만원이 뭐가 문제냐"고 거들고, 교통방송은 개인정보라며 김어준의 출연료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어준은 또 출연료를 1인 법인을 통해 받아 세금을 아꼈다는 보도에 대해 "공직자도 아닌데 개인계좌를 들추냐"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그 에너지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곡동 취재나 (박형준 부산시장의) 엘시티 취재를 하시기 부탁드린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함부로 선 넘지 마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상식의 파괴이자 적반하장식 내로남불의 극치다. 김어준과 그의 지지자들은 국민을 개돼지나 가붕개(가재ㆍ붕어ㆍ개구리)로 보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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