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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2030세대의 고위험 벼랑끝 투자···미래 불안 해소가 관건

'동학개미'의 주역,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의 공매도 위험에 노출
가장 위험한 암호화폐 시장에도 몰려, 안정적 일자리 창출이 해법

 

【 청년일보 】 공매도(空賣渡)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일단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는 최초 매도 가격에서 해당 주식의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득을 본다. 반면 처음 매도한 가격 대비 상승하면 손해를 입게 된다. 주가는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0원을 넘어 마이너스(-)로 가는 일은 없다. 따라서 공매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은 100%다. 하지만 주가 상승은 제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손실률은 무한대다. 

 

국내 증시에 공매도가 처음 허용된 것은 지난 1969년 신용융자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아래로 급락하자 그해 10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 역시 매도의 일종인 만큼 공매도가 많아지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금지는 두 번 더 있게 된다. 유럽 재정 위기가 발생한 2011년 8월,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해 3월이다. 든 상장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6개월 간 한시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9월 25일 끝나야 했지만 시장 안정이 덜 됐다는 이유로 올해 3월 15일로 연기됐다. 이마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권이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면서 결국 5월 3일에야 재개됐다. 1년 2개월 만으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그동안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공매도가 구조상 개인투자자에게 상당히 불공평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은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 제3자에게서 낮은 수수료로 주식을 빌릴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는 할 수 있지만 장외에서 별도 계약으로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할 수 없다. 대주거래 역시 종목과 물량이 한정돼 있다. 정말 확실한 악재가 없다면 공매도에 선뜻 나서기 어려워 대주거래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1%에도 못미쳤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이번 공매도 재개에 앞서 대주거래에 조금 손을 봤다. 공매도 참여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실제 대주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공매도 금지 시행 이전의 6곳에서 올해 연말까지 28곳으로 늘어난다. 차입기간도 최장 60일까지 보장받게 된다.

 

종목과 물량 역시 393종목, 205억원 수준에서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전 종목, 2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종목은 시총이 비교적 크고 유동성도 풍부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량은 공매도 금지 시행 이전에 비해 100배가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공매도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High Risk-Low Return)이 공매도의 고유 속성이기 때문이다. 자칫 주식시장이 투자가 아닌 카지노 도박판으로 변질될 위험성도 농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이 위험한 시장에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2030세대가 뛰어들 가능성이다. 이들은 이미 동학개미의 주역으로 국내 증시의 넘사벽이었던 3000선 위로 코스피 지수를 밀어 올린 경험이 있다. 올해 초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10명 가운데 9명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대주제도 도입으로 공매도 문턱이 낮아진 만큼 '인생 역전'을 노린 투자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증시, 부동산 등 국내 자산시장에서 2030세대는 조역이었다. 주역은 언제나 연봉 수준이 높고 자산이 축적된 40대 이상의 기성세대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전대미문의 유동성 홍수 속에 '빚투', '영투'를 앞세운 2030세대가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비교적 전통적인 투자 영역이다. 무엇보다 투자 규모가 크다. 더구나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길도 막힌 상태다. 이로 인해 2030세대는 소액으로도 벼락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비트코인을 축으로 한 암호화폐 시장에도 몰려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 250만명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은 63.5%에 달했다. 

 

2030세대가 가장 위험한 투기시장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려가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전통적인 투자 영역에서는 계층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현재의 소득 수준으로는 인생 한 방을 노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층은 말할 것도 없다. 일부에서는 2030세대의 고위험 벼랑끝 투자의 근본 원인이 청년실업, 즉 취업난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나라 젊은층의 취업난을 본격화 했다.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시작된 시기로 간주되는데, 청년실업률을 대폭 상승시키는 등 고용지표를 눈에 띄게 악화시켰다. 성장세 둔화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저임금 서비스업 위주로 일자리가 늘면서 2030세대가 제 때 취업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년 째 악화된 고용 상황에서 코로나 19 사태가 겹치자 2030세대의 취업난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전문대학을 포함해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25~39세 가운데 단 한 번도 취업을 해본 적이 없는 청년실업자가 2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당장의 취업도 문제이지만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 평생소득이 줄어드는 ‘낙인효과’도 발생한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1년 내 실업을 겪은 청년은 곧바로 취업한 청년에 비해 임금이 9.8% 낮았다. 특히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손실이 확대되는데, 실업이 4년간 이어질 경우 평생소득은 무려 4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청년실업자를 부양하는 부모세대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취업난에 따른 만혼(晩婚)이 늘어나면서 부모와 동거하는 2030세대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의 취업난과 만혼은 저출산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세수 감소로 국가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달 27일 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청년유니온 등이 공동 주관한 청년 일자리 토론회에서2030세대의 암호화폐 열풍을 잠재우려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용 공고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시기에 모든 의욕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며 "코인 광풍에 삼켜지지 않으려면 잃어버린 노동의 자부심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눈속임용 고용지표를 발표해 왔다. 천문학적 세금을 퍼부어 부풀려온 고용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면 사상 최악의 고용지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30세대의 고위험 벼랑끝 투자는 미래 불안이 근본 원인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관건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세금 알바로 통계를 분칠하는 고용정책이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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