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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그리고 이념적 진보

 

【 청년일보】요즘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이 있다. 기생충은 제 77회 글든글로브 상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어, 4개의 상을 휩쓰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오징어게임은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다.

 

전 세계 넷플릭스 시장에서 46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다는 뉴스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이 두 콘텐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떤 특징이 있길래 세계적인 호응을 얻게 된 것일까? 작품의 내용을 바라보면 찾을 수 있다. 먼저, 기생충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백수로 생활하는 남성이 있다. 작품의 흐름은 장남이 부잣집 딸 과외를 기회로 삼아 자신과 가족의 백수 생활을 일망타진하려는 계획에서 시작한다. 오징어 게임 역시 간략하게 짚어보자면 기생충과 비슷하다.

 

직장에서 해고된 이후, 도박을 전전한 주인공이 있다. 그를 위해, 빚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 기회라는 것은 목숨을 걸고 남과 경쟁해야 하는 오락용 게임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해봤거나 들어본 오락용 게임이 잔인한 경쟁의 장으로 묘사됐다.

 

두 작품 내용 모두 하나의 흐름을 관통한다. ‘빈부격차’이다. 사회 구조적인 빈부격차를 극복하고자 작품에 나온 주인공들은 사투를 벌인다. 물론 대중문화 작품이라는 것이 객관적이지 못한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두고 반자본주의 성향을 짙게 표현했다고 비판한다. 바라보는 관점은 작품의 소비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두 작품 모두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빈부격차를 문제의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에서 다루는 만큼, 한국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현실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까?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 상대적 빈곤율이 4번째로 높다.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에서는 상대적 빈곤율이 압도적 1위이다.

 

1970년대 이후,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면서 고정된 빈부격차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특히 노인층과 같은 취약계층의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안타깝지만 작품의 배경이 현실에서 우러나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는 것 같다.

 

2017년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오고 있는지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필자가 최근에 본 경제 기사가 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라는 것. 정부가 그동안 비정규직 축소를 위해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과 인구구조의 급변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를 완전한 변명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경제 정책을 주관하는 주체로서, 책임 의식이 어느 정도 인지 묻고 싶다. 책임 의식이 묻어 나와야 성찰이 나오고 개혁의 실천이 따라오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과 다른 길을 구상하는 진보 정권이다. 국민을 위한 진보가 무엇인지 재고해야 한다.

 

지난 4.7 재 보궐선거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참패했다. 2020년 4월 총선과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선과 결과에 대해서 언론이 주목하는 특징이 있었다. 청년들이, 특히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보수 진영에 표를 몰아줬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선거 직후 뽑힌 송영길 당 대표가 청년 특임 장관 자리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으니 말이다. 보통 우리가 흔히 아는 정치의 고정관념이 있다. 젊은 사람은 진보 성향이 강하고, 나이 든 사람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것. 하지만 정치는 수학 공식이 아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점차 깨지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그동안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에 대한 업보가 결과로 나온 것이다. 

 

과연 그렇다고 청년들이 보수화된 것일까? 유럽 몇몇 국가처럼 극우세력의 확장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라고 하고 싶다. 청년들이 원하는 ‘진보’와 정부와 민주당이 구상하는 ‘진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주류인, 586세대가 원하는 ‘진보’는 이념적 진보다.

 

그들은 군사독재 시절, 불의의 기득권인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과 맞서 싸웠다. 그리하여 민주주의는 이뤄냈다. 하지만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들은 싸우고 있다. 스스로 규정하는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검찰개혁, 국정원 개혁 정책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들에게 진보란, 기득권과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 얻는 개혁을 일컫는다. 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진보’는 다르다. 이들은 실용적인 진보를 원한다.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민주화 항쟁과 운동권 역사는 이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단지 자신들이 취약계층이고, 이를 위한 경제 정책, 복지 정책, 사회 정책을 실용적으로 해주길 원할 뿐이다.

 

서로가 생각하는 진보에 대한 이질감이 지금과 같은 현상을 낳은 것이다. 따라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뿐, 보수적 이념에 편중된 것이 아니다.

 

필자는 청년들의 기성 정치권을 향한 이러한 목소리는 단순히 청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이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배경으로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가 됐다.

 

그동안, 배경이 된 한국 사회는 무엇이 바뀌었는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 더군다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평등을 가치로 둔 진보 정권이어서 더욱 실망스럽다.

 

지금도, 방배동 모자나 청년 간병인들 같은 취약계층이 능력과 노력으로는 극복하지 못하는 어려운 생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외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청년, 노인, 여성, 아동 청소년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는 중이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 국면에서는 스스로 규정한 보수 기득권과의 싸움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회 구성원을 위한 포용적이면서 합리적인 공약과 언행을 먼저 보여주길 바란다. 이념적 진보가 아닌 실용적 진보를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5기 김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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