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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위헌 판정...'비례성 일탈' 기준 논란

헌법소원 재판관 7대2 위헌 결정 판단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
비례성 일탈 기준 두고 위헌 판정 비판

 

【 청년일보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윤창호 법' 규정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관들의 다수 의견은 가중 처벌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음주운전 행위와 재범 행위 간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점과 함께 음주운전 행위의 위험 경중에 상관없이 가벼운 재범 행위에도 지나치게 과중한 처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법 규정의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을 중시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국민 일반의 법 감정도 고려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논란을 예고했다.

 

◆헌재, 재판관 7대2 위헌 결정..."재범이라도 범행 경중·조건 명확한 판단 필요"

 

윤창호 법의 핵심은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법은 기존 3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이 되면 처벌을 2회 이상으로 줄여 기준을 강화했다.  또 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1000만원에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2000만원으로 처벌 수위도 높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2018년 12월 24일 개정돼 지난해 6월 9일 다시 바뀌기 전까지의 구 도로교통법 148조의2의 규정 중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5년의 징역형이나 1천만∼2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것으로,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그대로 있다.

 

다수 의견은 해당 조항이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다"며 "과거의 위반 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 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다"며 "재범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조치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등 구체적인 사안들이 다른 상황에서 현행법대로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행까지 지나치게 엄하게 처벌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으로 해석된다. 

 

◆수사·재판 중 사건은 적용 법조 즉시 변경...'윤창호법 위헌'에 "일반규정 적용

 

위헌 결정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받아 진행 중인 재판의 적용 법조가 모두 음주운전 일반 규정으로 바뀌게 됐다.

 

대검찰청은 28일 "헌재 위헌 결정으로 처벌 규정의 효력이 상실돼 일선 검찰청에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반복 음주운전자에게 윤창호법이 적용된 단계에 따라 수사 중인 사건, 재판 중인 사건, 재판이 확정된 사건 등 3가지 범주에 따른 조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수사 중인 사건의 경우 현행 도로교통법 벌칙 조항(148조의2 제3항)에 명시된 혈중알코올농도별 처벌 범위를 기준으로 도로교통법에 원래 존재한 음주운전 규정을 적용한다. 검찰은 다만 일반 법령을 토대로 반복 음주운전자를 재판에 넘기되 가중처벌 사유를 적극 반영해 구형을 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은 운전면허 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윤창호법의 양형과 같은 '2∼5년 징역이나 1천만∼2천만원 벌금'이 적용된다.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자를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적용 법조가 효력을 잃어 공소장 변경과 함께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만 앞둔 상황이라면 즉시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했다. 

 

윤창호법이 적용된 법원의 유죄 선고가 나온 상황에서는 검찰이 피고인을 위해 항소·상고를 제기한다.

 

대검은 예규에 따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위헌 법률 조항이 적용돼 유죄로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과 재심 청구 절차를 알려야 한다. 유죄 확정판결로 형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내용을 개별적으로 통지한다.

 

◆국민적 법 감정 무시한 처사...현직 판사 비판 주목

 

단계적 일상 회복에 접어든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음주운전 행위가 하루 평균 372건가량 적발됐다는 경찰청 통계가 지난 26일 공개됐다. 지난 7~8월 휴가철 단속 때 하루평균 307~322건 적발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지적과 함께 윤창호 법 위헌 결정에 대해 현직 판사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인 A씨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위헌 결정에 대한 비판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그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며 비판 의견을 제기했다.

 

A 부장판사는 윤창호법을 적용해 재판을 진행했던 재판장으로서 과연 헌재의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헌재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단순위헌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지금도 음주운전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와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분들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법원은 헌재의 단순 위헌결정에도 엄벌의 의지를 계속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 부장판사는 "중상해를 입고 간병인과 함께 법정에 나와 음주운전자의 엄벌을 탄원했던 피해자의 눈물겨웠던 호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생각의 차이는 인정한다"면서 "단순위헌으로 인한 뒤처리는 순전히 법원과 검찰의 몫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비판은 이해하리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에서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또 음주운전을 해 교통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 신체, 재산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전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재량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 대상에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해도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돼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양형요소를 고려해 집행유예 선고나 선고유예도 가능하다"며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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