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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초심을 잊지 말자

      

민원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음료 한 박스를 받는다면 어떻게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질문이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비단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난감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민원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10만원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단호히 받지 않겠다고 말하기라도 할 텐데 난감하게 음료 한 박스라니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음료 한 박스 정도 받는 게 뭐 큰 문제가 되나 싶기도 했다. 음료 한 박스는 상대의 호의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한국식 정(情)의 표현이고, 또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음료 한 박스 정도는 민원인의 감사의 표시이고 이를 뿌리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기에 받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럼 민원인이 돈을 준다면? 그건 당연히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까 음료는 받는다고 했으면서 왜 이건 안 된다고 하는 거죠? 받아도 되는 것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봉착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답변을 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상대방이 이러한 질문을 한 의도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뇌물과 뇌물이 아닌 것의 판단기준은 애매모호하며, 작은 것이라도 자꾸만 받게 된다면 차츰차츰 큰 것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민원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음료 한 박스를 받는다면 어떻게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은 공직자로서 적합한 마음가짐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 지 판단할 수 있는 최상의 질문임을 깨닫는다.

얼마 전 청사를 방문한 민원인이 빠른 민원처리에 감사를 표하며 견과류 선물세트를 책상 밑에 두고 가려던 적이 있었다. 나는 민원인에게 괜찮으니 마음만 받겠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지만 민원인은 계속해서 작은 것이니 받아달라고 말했고, 결국 나는 상사에게 도움을 청해 결국 다시 돌려드렸던 적이 있었다.

아직 이런 상황들이 신규 공무원인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받지 않아야 된다는 것도 알고, 받을 마음조차도 없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떠넘기고 가려는 민원인을 만나면 힘들기 그지없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공무원 면접시험 때 내가 면접관에게 했던 말이다. 나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청렴한 공무원이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어떤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할지 모르지만 처음에 가졌던 그 마음 그대로 실천해 나갈 것이다. 왜냐하면 내 잘못은 나만의 잘못이아닌 병무청, 나아가 공무원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공무원 면접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앞서 그 질문에 대한 표준 답안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제가 오히려 민원인에게 음료를 대접하고 같이 마시면서 웃으며 대화를 진행해보겠습니다”민원인의 순수한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 나름 센스를 더하여 생각해낸 답변이라고 하니 꽤나 괜찮은 답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야무지(暮夜無知)라는 말이 있다. 남 몰래 뇌물을 준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주는 사람이 알고 받는 사람이 안다는 뜻으로 뇌물을 주고받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국가청렴도 순위 43위인 대한민국의 공직자로 항상 잊지 말아야할 문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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