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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 흔들린다…도심에도 문닫는 사업장 속출

"직원이 있어야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겠습니까. 손님이 없는데 무슨 수로 직원을 고용합니까. 고용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 최저임금 지급 고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참담한' 현실입니다."

새해를 맞은 소상공인들은 아직 희망의 문을 열지 못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길 소상공인 밀집 지역에는 철문이 굳게 닫힌 사업장이 즐비했다. 음식점·커피숍·부동산·미용실은 잇달아 영업을 중단하거나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붉은색 글씨로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빈 매장마다 붙었다. 이들 매장 앞에는 대부업체 '일수' 전단이 뿌려졌다. '열린 청계, 푸른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14년 전 복원된 청계천의 희망찬 기운은 인근 소상공인에게 닿지 못했다. 아침 체감 온도 영하 15도를 기록한 이날 청계천은 군데군데 얼어 있었다.

◇"직업 고용 형편 안돼 최저임금 고민조차 못하는 소상공인들"

올해 최저임금(시급)은 8350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올랐다. 인건비가 상승했으니 영세 자영업자인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은 가중하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부담'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직원을 '고용'할 여건이라도 되기 때문이다.

단 1명의 직원조차 고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이 수두룩하다. 통계청의 '2018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직원 없이 홀로 운영하거나 급여 지급 부담이 없는 가족과 함께 일하는 자영업자 수는 404만명에 달한다. 전체 자영업자 568만명의 71% 정도다.

청계천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중년 여성 김명자씨(가명)는 이날 오전 9시 문을 열었다. 낮 12시20분쯤 방문한 김씨 매장에는 손님 한 명 없었다. 기자를 '손님'으로 오해한 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겼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그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는 영업 시작 후 3시간20분 동안 손님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손님이 있어야 수익을 내고, 직원을 채용하지 않겠느냐"며 "직원 없이 혼자 일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월 수익을 묻자 "창피해서 밝힐 수 없다"며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 문을 열고 있지, 손님이 너무 없어 당장 내일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샌드위치 매장을 하는 최진아씨(여·가명·32) 사정도 비슷하다. 최씨는 2017년 5월 경기 남양주시에 보증금 1000만원·월세 70만원의 매장 문을 열었다. 매장 규모는 26㎡(8평)이며, 하루 수익은 2만~15만원이다. 커피·음식 재료값과 월세 등을 내고 나며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한다.

매장 개점 초기엔 주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적자 규모만 눈덩이처럼 커졌다. 아르바이트생에게 고용 유지가 힘들다고 양해를 구했다. 당시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둔 뒤 최씨는 모친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손님이 더 줄어 고용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낀다.

최씨는 지난 두 달간 친이모에게 손을 벌려 월세를 겨우 냈다. 그는 "물가라도 내려갔으면 좋겠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소상공인이 희망을 느낄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자영엽자 비율, 미국 4배 수준…음식점 진입 장벽 높여야"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소상공인은 고용 직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다. 이들은 "직원 고용 여력이 안 돼 최저임금 고민조차 하지 않는 우리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주요 도심이나 골목상권에는 음식점을 포함한 자영업자 사업장이 빼곡히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4배 수준인 한국 자영업자 비율(25.4%)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7개국 중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51.9%), 그리스(34.1%), 터키(32.7%) 등 5곳뿐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혁신형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고, 최저임금 지급 여력이 없는 영세 소상공인들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되 이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일자리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규모를 어떤 식으로 줄일지 그 방법론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존 자영업자가 폐업 후 빚더미에 오르지 않게 부채 부담을 털어내고 자연스럽게 업을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자영업 진입 장벽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음식점 자격증 같은 기준을 강화한 뒤 이를 총족하는 이들에게 자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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