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평행한 저울 뒤의 불편한 진실

등록 2023.01.28 08:00:00 수정 2023.01.28 08:00:04
청년서포터즈 6기 양현서 hyunseo9376@naver.com

 

【 청년일보 】 대학생 A는 매일 돈에 대한 걱정과 함께 살아간다. 학교 공부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해도 충분한 돈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다. 주변 친구들은 학원도 다니고 대외활동도 한다던데 A에게는 꿈 같은 일일 뿐이다.


A와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B는 경제적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B는 부모님으로부터 매달 용돈을 받아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각종 동아리에 들어가는 등 대학생활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시험 기간에는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어 학점도 거의 만점이다.


취업을 위한 이 두 학생의 경쟁은 과연 공정한가. A가 돈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가난으로 허덕일 때 B는 어떤 장애물도 없이 전력 질주할 수 있으니 이 상황은 불공정하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이런 불공정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기여입학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물질적으로 대학에 기여한 사람에게 입학할 수 있도록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이를 도입할 경우 부유층이 낸 기부금을 가난한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 앞서 언급한 불공정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여입학제에는 모두가 짐작하듯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입시에서 부유층 자녀들이 실력이 아닌 재정적인 조건으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무엇이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던지게 된다. 이전 세대와 달리 MZ 세대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독 중요시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공정은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똑같이 나누려는 태도는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여입학제가 수용되지 않고 있다. 입시에서는 모든 학생이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저소득층의 교육 기회 확대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입시 공정성에만 치중해 기여입학제가 대학생 A와 B 사이에 발생한 또 다른 불공정을 해결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는 "언제나 모든 게 공정하도록 세계가 만들어졌다면 어떤 생명체든 단 하루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예컨대 새는 벌레를 잡아먹어서는 안 되며, 그렇게 되면 누구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완전무결한 공정함이란 환상에 불과하다. 이미 사회적 계급이 존재하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불평등을 겪게 되는 위의 대학생들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에 놓인 작은 불공정을 현실적인 방안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한 치의 불공정도 존재하지 않는 방안으로 저소득층의 대학생을 도우려면 몇십 년, 아니 몇백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기여입학제라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통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변화를 이룩하는 것이 필요하다.


완전한 공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불공정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공정이 발생하는 기여입학제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단지 완전한 공평을 공정이라 믿는 것은 모순이다. 모든 제도는 누군가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불공평을 내재한 제도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면 이를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 청년서포터즈 6기 양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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