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중심 이자부담 확대 영향...은행 연체율 꿈틀

등록 2023.01.30 08:55:54 수정 2023.01.30 08:56:03
이나라 기자 nrlee@youthdaily.co.kr

중기 연체율 3개월 만 0.05%p...개인사업자는 0.06%p
이자부담 증가...5대 은행 기업·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 청년일보 】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 증대가 지속되자 시중은행 주요 대출 상품의 연체율이 마침내 꿈틀거리고 있다.

 

향후 대출 금리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 본격화, 금융지원정책 효과 소멸 등이 겹치면 중기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부실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3개월 전인 9월 대비 모두 상승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12월 0.28%로, 9월(0.23%) 대비 0.05%포인트(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 역시 지난해 9월 0.18%에서 12월 0.24%로 0.06%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대출 역시 같은 기간 0.01%에서 0.02%로 소폭 올랐다. 아직 연체율 수준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상승세는 뚜렷한 모습이다.

 

가계대출 연체율 추세도 비슷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9월 0.16%에서 12월 0.19%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같은 기간 0.12%에서 0.15%로 0.03%포인트, 신용대출은 0.24%에서 0.28%로 0.04%포인트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연체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가계와 기업 모두 상반기에는 연체율에 큰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낮아지다가 하반기 들어 상승세로 전환한 뒤 연말에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연체율 수준 자체가 매우 낮은데다 이미 대손충당금 등도 충분히 쌓아 우려할 정도로 아니다"라면서도 "연체율 추이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12월 꼬리가 다시 올라가는 모습이 나타나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보통 은행은 분기 말과 연말 기준 연체율을 최저로 낮추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개인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연말 연체율이 연초보다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지난해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여파로 파악된다"면서 "올해 연체가 많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주요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월 0.16%, 3월 0.15% 6월 0.15%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가 9월 0.18%로 반등한 뒤 12월 0.24%까지 올랐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1월 0.23%, 3월 0.22%, 6월 0.20%로 하락한 뒤 9월 0.23%, 12월 0.28%로 상승했다.

 

가계 주담대 연체율은 1월 0.10%, 3월 0.10%, 6월 0.10%, 9월 0.12%, 12월 0.15%였고, 신용대출 연체율은 1월 0.25%, 3월 0.22%, 6월 0.24%, 9월 0.24%, 12월 0.28%의 흐름을 나타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이 집중됐다"면서 "이들 중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연체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하반기 들어 급격히 오른 대출금리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재작년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했다. 그 뒤로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약 1년 5개월 사이 모두 열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 0.50%였던 기준금리는 3.50%로 3.00%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 대기업대출(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 1월 3.03%와 3.52%에서 12월 5.32%와 5.76%로 2.29%포인트와 2.2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85%와 5.28%에서 4.64%와 7.97%로 0.79%포인트와 2.69%포인트 올랐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를 합산한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이 지난해보다 33조6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6일 개최한 '2023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이슈' 세미나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건전성 문제가 올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주식과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으로 기업대출 잔액이 계속 늘어나면서 저신용기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총자산 하위 20% 기업은 최근 1년간 이자 비용이 39% 증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5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3.25%로 높아지면 한계 소상공인은 127만명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올해 금리 고공행진에 경기 침체가 덮칠 우려마저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4%로,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 했다.

 

더욱이 올해 1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간으로는 한은이 제시한 1.7% 성장률 달성도 불투명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중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 둔화, 금융지원정책 효과 소멸 등이 겹치면 자영업자대출 중 부실 위험 규모가 올해 말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고스란히 은행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금융시스템 전체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영업자대출 부실위험 축소를 위해서는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 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조치의 단계적 종료,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융기관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하고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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