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이브리드차 성장 전망 속...전기차 캐즘, 출구전략은

등록 2025.02.10 08:00:10 수정 2025.02.10 08:01:08
선호균 기자 hokyunsun@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전기차 캐즘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캐즘(Chasm, 일시적 수요둔화)이란,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을 지닌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적인 캐즘 현상으로 전기차 시장은 판매량이 줄며 동시에 차량과 배터리, 이차전지소재 등 관련 산업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또는 내년에는 캐즘을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 현상은 2023년부터 두드러졌다. 전기차 대표 브랜드 테슬라는 2023년 1분기 인도량 42만3천대를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4년 1분기에는 41만3천대로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시장점유율도 16.2%에서 13.1%로 하락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성장률은 2022년 이후 감소세다. 이는 수출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충전 인프라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지난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5%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왔으나, 지난해 성장률은 27%로 둔화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차량 판매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간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4만2천2대로 전년 동 기간 판매량 5만8천893대에 비해 28.7% 줄었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1~11월간 전기차 판매량은 4만236대로, 전년 동 기간 4만6천578대에 비해 13.6% 감소한 규모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는 지속 늘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차는 동 기간 13만8천400대가 팔려 전년(12만3천465대) 대비 12.1% 증가했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16만3천163대를 판매하면서 전년(13만793대)보다 24.7% 신장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유럽의 경우 전기차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0.8%의 역성장을 나타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또한 유럽연합이 자동차 Euro7 규제를 완화해 유럽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 부담을 줄였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전반적으로 유럽의 전동화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아울러 IRA 정책 시행에도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북미 지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종료할 것으로 밝히면서 완성차 업체 또한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대응한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새로 판매 된 친환경차(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난 1천100만대로 집계됐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43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BYD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수준으로 올해 역시 약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수요와도 직결된다. 배터리 수요 또한 캐즘으로 급감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규모가 줄어들거나 적자전환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들 배터리 제조 3사는 캐즘 시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고 배터리 폼팩터 다양화와 LFP(리튬·인산·철)·원통형 배터리 등 중저가 제품 및 전고체·나트륨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과 양산에 힘을 쏟고 있다. 주행거리가 긴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주류를 이루는 업계에서 사고 위험이 적은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가 출현해 적용될 시점까지는 소비자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터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재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을 제조하는 이차전지소재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조 원료 재고는 쌓여가고 매출원가 비중은 높아지는데 판매량은 급감해 실적이 예전보다 저조한 상태다. 대표적인 이차전지소재 3사(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LG화학)도 캐즘으로 인한 배터리 소재 판매량이 줄어 올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새로운 공법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확보와 배터리 화재로 인한 열폭주 현상 방지 대책도 시급하다. 지속적으로 충전기를 설치하고 운영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업계가 협업 등을 통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며, 인프라 구축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소비자에게 직접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전기차 누적 보급량은 10만대를 넘어섰다.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70만여대로, 전기차 충전기 또한 누적 40만기를 돌파했다. 이제는 급속 충전기 보급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차량 운행에 있어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이차전지 업계는 캐즘 극복에 있어 배터리 화재 등 각종 사고를 예방하는 대비책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제조사들은 내연기관차를 운전했던 소비자들이 전기차 운전과 차량 관리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고객 경험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상당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까지 전동화 전략을 달성하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뜻하지 않는 캐즘 현상을 맞닥뜨리며 계획을 수정하는 곳도 생겼다. 자율주행차량 상용화와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술의 발달로 전기차 대중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선뜻 구매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캐즘 시기를 겪으며 오히려 더 나은 전기차가 만들어지고 관련 생태계가 촘촘히 구축된다면 위기를 넘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 청년일보=선호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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