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통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베네수엘라 원유를 인수해 대신 팔고, 그 수익금의 사용처까지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유 판매 수익을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서도 쓰겠다고 하고 있지만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기습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로 민주적인 새 정부 수립이나 사회 안정화보다는 경제 이권 확보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7일 트럼프 행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3천만에서 5천만 배럴 상당의 원유를 넘겨받아 시장에 팔고 그 수익금의 사용까지 통제하기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합의했다.
이 원유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제재와 수출 봉쇄 때문에 다른 나라에 팔지 못하고 저장고와 유조선 등에 쌓아둔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의 임시 정부 당국이 그 원유를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해 매우 곧 여기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이 원유를 국제시장에서 판매하는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원유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에 대해 레빗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재량에 따라 미국인과 베네수엘라인의 이익을 위해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압박해 원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미국 석유기업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원유 판매를 직접 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이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측 인사들이 여전히 이끌고 있는데 원유 판매 통제는 이들을 상대하는 데 "가장 강력한 지렛대"라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골드만삭스 주최 행사에서 "우리가 원유의 흐름과 원유 판매에서 창출되는 현금의 흐름을 통제하면 큰 지렛대를 갖게 된다"면서 "우리가 베네수엘라에서 꼭 일어나야 하는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이 원유 판매에 대한 지렛대와 통제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원유 판매 수익을 어떻게 사용할지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인사들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이념으로,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장악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안정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정산하고, 마두로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정권때의 석유산업 국유화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손해를 보상받게 한다는 명분으로 판매 수익 일부를 떼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 관련 비용에 대해 "우리한테는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유 판매 통제의 시한을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는 이번 3천만∼5천만 배럴로 끝나지 않고 "무기한"(indefinitely) 계속될 것이라고 라이트 장관과 에너지부는 밝혔다.
그런데도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런 합의를 한 이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여전히 인근 카리브해에 상당한 병력을 계속 배치해두고 베네수엘라가 협력하지 않으면 추가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원유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에게는 미국의 봉쇄를 뚫을 능력이 없다.
에너지부 팩트시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운송과 판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제재를 선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능력의 현대화와 확장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서비스의 수입을 허가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미국과 다른 국제 에너지 기업의 기술, 전문성, 투자가 포함될 것이라고 에너지부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셰브런, 코코노필립스, 엑손모빌 같은 석유 대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해 석유 생산을 늘리기를 촉구하고 있다.
라이트 장관이 이들 기업과 대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9일 백악관에서 주요 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행정부가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베네수엘라에 기업들이 다시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대체로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 후 민주적인 선거 실시나 새 정부 구성 등 '포스트 마두로' 구상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탓에 아무 준비 없이 군사 작전을 감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의회 등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루비오 장관은 대(對)베네수엘라 정책을 의회에 브리핑하기 위해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를 안정화, 회복, 전환(stabilization, recovery, transition) 3단계로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복 단계에서는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시장에서 "공평하게" 사업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 야권 인사 사면과 석방, 귀국 등 베네수엘라의 "화해 절차"도 시작된다고 했지만 대략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레빗 대변인도 선거 실시에 대해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개입하는 이유로 석유 이권 외에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적대적인 세력의 영향력 배제과 미국으로 밀매되는 먀악 차단을 제시해왔다.
ABC뉴스와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베네수엘라가 중국, 이란, 러시아, 쿠바와의 경제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원유 생산을 미국하고만 협력하고, 중질유를 판매할 때 미국 기업을 우선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미국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대체 조달처를 확보해야 하는 등의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