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선을 넘보는 '초강달러' 국면이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유례없는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 급증,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투자와 채용을 뒷순위로 미루면서 청년 취업난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잖게 흘러나온다.
이번 고환율 사태의 주요 원인에는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지목되고 있으며 일각에선 규제 혁파 및 세제 개편 등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천470원대로 상승 곡선하면서 1천500원 선에 육박했다.
외환 당국은 환율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확대를 지목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13일까지 약 22억달러 규모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순매수액(15억5천만달러)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코스피가 4천7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국내 자산에 대한 신뢰 부족과 환율 추가 상승 기대가 해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외화 유출과 고환율의 파고가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공포는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들은 올해 경영 활동을 가로막는 최대 변수로 '환율'을 꼽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천208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이 바라본 2026 경제·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환율 및 변동성 확대'(47.3%)가 1위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정부가 올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중점 과제로 '환율 안정화 정책'(4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년 기업 경영 환경 인식 조사'에서 올해 경영상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환율 리스크'를 지목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비용 부담 증가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채용 절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하향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작금의 환율 상승세가 단순한 금융 변동이 아닌 '대한민국 매력도 하락'에 따른 구조적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서학개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도가 낮아진 결과"라면서 "우리 증시가 외면받는 현실을 직시하고 외국 자본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도 머물고 싶어 할 만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매력도를 높이는 실천적인 방안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언급했다.
조 명예교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을 갈망하게 하거나 우리 문물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유인 역시 국가 매력도의 핵심 요소"라면서 "이를 통한 외화 유입이 환율 방어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자금의 해외 이탈이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키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요인 중 하나"라면서 "단순히 환율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자세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기업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환율 안정의 근본적인 해법"이라면서 "무엇보다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규제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