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인 8일(현지시간) 합의 이행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은 상대방이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이란이 합의를 어긴다면 심각한 대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밴스 부통령은 헝가리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있고 우리는 휴전 중"이라며 "만약 이란이 조건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의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 다음 단계를 밟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전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첫 종전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다.
미국 측의 강경 발언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란 측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알려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엑스(X)를 통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란 영공 내 드론 침입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정 등을 미국의 합의 위반 사례로 거론하며 "휴전과 협상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그는 "이란은 휴전이 레바논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미국도, 이스라엘도 레바논이 휴전 협정의 일부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란 영공 침범 주장에 대해서는 "휴전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고 했고, 우라늄 농축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란이 무엇을 주장하는지가 아니라 실제 무엇을 하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이란도 즉각 반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명백한 휴전 위반"이자 "인도적 범죄"라고 비난했다.
혁명수비대는 "레바논에 대한 침략 행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처절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를 수용해 이란에 대한 공격은 중단했지만,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은 휴전 대상이 아니라며 대규모 공습을 이어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공습으로 최소 112명이 숨지고 837명이 다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주장도 엇갈렸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휴전 발효 후 일시적으로 개방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전면 폐쇄됐으며, 유조선들이 항로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란 측 주장을 반박했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 자체를 깨기보다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도 협상 동력이 훼손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이 협상의 성공을 위해 레바논 공습을 일부 자제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휴전 합의의 일부는 아니지만, 협상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원하는 것이 있고 이란도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며 "이란이 더 많은 것을 내놓을수록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