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석구석: 공간에 새겨진 도시 변화의 서사> 시리즈는 서울의 역동적인 변화를 공간의 재구성이라는 프리즘으로 분석한다.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삶, 미래를 향한 도시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현장의 모습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도시의 물리적 변화가 개인의 일상, 경제, 문화, 정체성까지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살펴보고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 대단원의 마지막 장소로, 강북권 대개조의 중심에서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는 강북구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강북(江北). 한강 북측 11개 자치구를 아우르는 이 명칭은 오랜 시간 서울의 불균형 성장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그중에서도 북한산을 품은 강북구는 전체 면적의 62.3%에 달하는 압도적인 녹지 비율과 이를 보존하기 위한 수십 년간의 중첩 규제 탓에, ‘천혜의 자연’과 ‘도시의 정체’라는 양극단의 정체성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2026년 현재 강북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권 대개조(강북전성시대 2.0)’의 최전선에 서 있다.
서울 강북권 전체의 상업지역 면적을 대폭 확대해 지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광역 프로젝트로, 강북구는 이 거대한 구상 속에서 권역별 중심지로 낙점되며 대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상업지역 확대와 주거 공급의 가시화
강북구의 공간 혁신은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한 경제 거점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약 27만8천명 수준인 인구 정체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구는 노후 주거지 정비와 비즈니스 기능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4년 3월 서울시가 발표한 ‘상업지역 총량제 폐지’는 강북구의 자족 기능을 강화할 전환점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미아역 일대는 용도와 용적률 제약을 완화하는 ‘공간혁신구역(화이트존)’ 지정을 추진하며, 주거와 업무가 결합한 고밀도 융복합 거점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주거 지형의 변화는 36년 만에 실현된 북한산 고도지구 규제 완화가 견인하고 있다.
국립 4.19 민주묘지 조망과 경관 보호를 위해 1990년 이후 유지되어 온 층수 제한은 정비사업 추진 시 최고 45m까지 완화됐다.
구청에 따르면 현재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123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며, 정비구역 지정 면적은 민선 7기 대비 약 14.9배 급증했다. 구는 이를 통해 향후 약 4만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대규모 인구 유입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철도망 확충과 수변 감성 거점의 조화
교통 인프라의 확충은 강북구의 지리적 접근성을 개선하는 핵심 동력이다.
왕십리역과 상계역을 연결하는 동북선 도시철도는 2026년 말 개통을 앞두고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북선은 강북권 동측 교통 수요를 흡수하며 도심 접근성을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기본계획 승인 후 착공을 준비 중인 우이신설 연장선(솔밭공원역~방학역)까지 연결될 경우 구 내부의 동서 연결성이 강화되어 철도망 운영 효율이 증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간의 질적 가치는 수변과 녹지의 연계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구는 우이천변을 수변 감성 거점으로 재단장해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남측의 북서울꿈의숲과 연결해 거대한 녹지 축을 구축하고 있다.
철도 인프라 개선에 따른 유동 인구 유입이 수변·녹지 공간의 집객 효과와 연계되어 배후 상권의 소비 기반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안심 보육 생태계와 생활밀착형 주거 관리
자족 도시의 완성은 실질적인 정주 만족도에서 결정된다. 강북구는 하드웨어 정비뿐만 아니라 아이 키우기 좋은 ‘소프트웨어’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구는 번동 일대에 건립 중인 서울시립 강북 어린이전문병원을 통해 동북권 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이를 독창적인 주거 관리 시스템인 ‘빌라관리사무소’와 연계해 지역의 정주 여건을 입체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지방정부 정책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이 사업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빌라촌의 청소와 보안을 공공이 책임지는 모델로, 현재 전 동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수립된 ‘주거지정비 기본계획’ 역시 이러한 밀착형 관리와 맞물려 체계적인 도시 관리를 뒷받침한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빌라관리사무소는 단순한 환경정비 사업이 아니라, 소규모 공동주택의 관리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공공이 책임지고 보완하는 새로운 주거관리 방식”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여건에 맞는 생활밀착형 주거관리 모델로 내실화해 구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광역 전략과 로컬 인프라가 맞물리며 강북구의 위상이 재조정되는 시점"이라며 "다만 고물가에 따른 사업성 확보와 교육 인프라의 질적 고도화가 강북전성시대 2.0이 안착하는 데 남은 과제"라고 분석했다.
고도지구 완화와 철도망 확충, 의료 인프라 확보가 맞물리며 강북구의 정주 여건은 단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정비사업의 속도와 교육 인프라 보강이 뒤따를 때 강북전성시대 2.0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