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AHA 응급 가이드라인 개정…지역사회·병원·회복 잇는 새 기준

등록 2026.04.12 08:00:00 수정 2026.04.12 08:00:11
청년서포터즈 9기 박준용 jyp031208@naver.com

 

【 청년일보 】 미국심장협회(AHA)가 2025년 심폐소생술(CPR) 및 응급심혈관처치(ECC)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했다.

 

미국심장협회는 2025 CPR 및ECC 하이라이트 문서를 통해 응급의료 전반의 권고사항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응급상황을 개인의 숙련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예방과 조기 인지, 현장 대응, 병원 치료, 회복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의했다. AHA는 성인과 소아의 병원 내 심정지, 병원 밖 심정지 모두에 적용되는 하나의 생존사슬을 제시했다. 이는 응급의료의 성패가 병원 도착 뒤에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변화다.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지역사회 대응이다. AHA는 병원 밖 심정지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 강사 주도의 CPR 교육 확대, 대중매체 캠페인, 심폐소생술 자격 취득 장려 정책 등 여러 지역사회 계획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심정지 환자 곁에 가장 먼저 있는 사람이 의료진이 아니라 가족, 지인, 시민일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응급대응의 출발점을 병원 밖으로 더 앞당긴 셈이다.

 

현장 초기 대응 기준도 더 구체화됐다. AHA는 응급의료 전화상담원이 일반 구조자에게 성인의 경우 가슴압박 중심 심폐소생술을, 소아의 경우 인공호흡을 포함한 일반적인 심폐소생술을 안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아 심정지는 진행성 호흡부전이나 쇼크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반영됐다. 같은 심정지라도 환자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대응 기준을 더 세분화해 구조자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성인 기본소생술 권고도 일부 조정됐다. 중증 이물기도막힘이 있는 성인의 경우, 이물이 배출되거나 환자가 반응하지 않을 때까지 등 두드리기 5회와 복부밀어내기 5회를 번갈아 반복하도록 업데이트됐다.

 

또 성인 심정지에서 기계식 심폐소생술 기기의 일상적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AHA는 특정 환경에서는 제한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고품질 수동 압박이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복잡한 장비보다 기본 원칙과 정확한 초기 대응을 더 중시한 것이다.

 

소아와 영아 대응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AHA는 이물기도막힘이 있는 소아의 경우, 이물질이 배출되거나 아이가 반응하지 않을 때까지 등 두드리기 5회와 복부밀어내기 5회를 번갈아 반복하도록 정리했다. 영아의 경우에는 복부밀어내기를 하지 않고, 등 두드리기 5회와 가슴밀어내기 5회를 반복하도록 했다.

 

특히 영아의 심한 이물기도막힘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두 손가락 압박이 아니라 한 손 손꿈치를 이용한 가슴밀어내기 기술이 권고됐다. 또 영아 심폐소생술에서는 두 손가락 가슴압박법이 더 이상 권장되지 않고, 한 손 손꿈치 압박이나 흉곽을 감싸는 두 엄지손가락 압박법이 제시됐다. 소아·영아 대응을 보다 실제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정비한 변화로 볼 수 있다.

 

병원 안에서는 팀 기반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 AHA는 고위험 입원환자의 상황 인식을 높이기 위한 안전 점검 회의가 병원 내 심정지 발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 내 코드팀은 ALS 교육을 받은 팀원으로 구성돼야 하며, 명확한 역할 분담과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을 갖춘 팀 운영이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응급상황을 개인의 순발력보다 미리 준비된 구조와 팀 훈련의 문제로 접근한 셈이다.

 

심정지 후 치료 기준도 보다 분명해졌다. AHA는 자발순환회복 이후 성인 환자에서 평균동맥압을 최소 65mmHg 이상 유지해 저혈압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구두 지시에 반응이 없는 환자의 경우 최소 36시간 동안 체온 조절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심정지 원인과 합병증을 파악하기 위해 CT, 심초음파, 현장 심장 초음파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심정지 대응의 목표가 단지 맥박을 되돌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뇌 기능과 장기 기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존 이후의 회복 관리도 이번 개정의 핵심으로 포함됐다. AHA는 심정지 생존자와 간병인이 퇴원 전 정서적 고통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와 치료 또는 연계를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심정지 이후에는 인지 저하, 불안, 우울, 돌봄 부담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료의 범위를 소생 직후 치료에만 한정하지 않고, 생존 이후의 삶과 회복까지 확장한 점이 이번 개정의 중요한 특징이다.

 

교육 분야도 바뀌었다. AHA는 의료 전문가와 일반 구조자를 위한 CPR 교육에서 피드백 장치 사용을 권장했고, 팀워크 역량을 강조하는 훈련과 빠른 주기의 의도적 훈련, 게임화 학습 요소, 가상현실의 제한적 활용 등을 제시했다. 반면 가상현실을 CPR 기술 자체를 가르치는 데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았다. 기술이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교육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수행 능력과 재현성을 높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이번 개정은 응급의료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더 이상 몇 가지 술기를 익힌 개인의 순발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민 교육, 응급신고 체계, 전화상담 지시, 병원 내 코드팀, 심정지 후 회복 관리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AHA의 2025년 가이드라인 개정은 응급의료를 기술 중심에서 체계 중심으로, 생존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확장한 변화로 평가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박준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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