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괜찮아지면 약을 안 먹어도 되는 줄 알고 끊었어요."
의료 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말씀이다. 생업에 종사하시는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 병원을 다녀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처방과 복용법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계셨다. 또 다른 어르신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증상에 대해 질문할 곳이 없어 방치하고 계셨다.
이는 의료 시스템이 모두에게 일상 속까지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의료 접근성 문제는 흔히 '병원이 부족한 문제'로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복합적이다. 의료진은 부족하고, 환자는 많으며, 모든 상담과 관리를 대면으로 수행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의료 공백은 '접근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효율성'의 문제이다.
대형언어모델(Large-Language-Model, LLM) 기술은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LLM은 환자의 증상을 이해하고 질문에 답하며,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의 연결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의 반복적인 상담 및 기본적인 문진 절차를 보조하고 궁극적으로는 자동화함으로써,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LLM을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가 실제로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히포크라틱 AI(Hippocratic AI)'는 의료진의 상담 방식을 학습한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를 통해 환자와 직접 대화하며 복약 지도, 사후 관리, 환자 교육 등을 수행하는 서비스이다.
이 시스템은 실제 임상 대화에 가까운 형태로 설계되어 있으며, 필요시 의료진에게 연결되는 구조를 갖는다. 이처럼 LLM은 환자의 이해 수준에 맞춰 설명을 조정하고, 반복적인 질문에도 일관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등 환자와 의료 사이의 접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의료 LLM의 발전 흐름은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의 의사결정 방식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병리 이미지 분석, 예후 예측, 위험도 분류 등 다양한 AI 모델이 의료 현장에서 함께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개별 AI 모델의 예측 근거를 의료진이 어떻게 이해하고 최종 판단에 반영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여러 모델의 출력과 근거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임상적 맥락에 맞게 구조화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때 LLM은 다양한 의료 AI의 결과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하고, 근거와 함께 가시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즉, 여러 모델의 출력과 정보를 연결하고 설명하는 인터페이스로 기능하며, 의료진이 이를 참고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으나, 의료 격차 및 접근성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AI, 특히 의료 특화 LLM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은 제한된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LLM이 병원과 의료진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간접적으로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LLM 기술을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를 실제로 적용해 보고, 이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연구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은 한두 가지로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그중 이러한 기술적 관점의 해결 역시 유망하다는 점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아야 할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윤승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