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캐나다 정부가 최대 약 60조원에 달하는 자국의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관련해 이달 29일까지 한국과 독일에 기존 입찰 제안서에 대한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가 이번 사업을 통한 자국 내 경제적 파급 효과 극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절충외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글로브앤드메일 등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이달 10일 자국의 새로운 '연방 방위산업 전략'에 맞춰 입찰자들이 제안서를 조정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올해 2월 국방 조달 시 반드시 자국 내 부가가치 창출과 기술 고도화가 동반되도록 하는 규정을 담은 방위산업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제러미 링크 국방투자청(DIA) 대변인은 "제안서 제출 기간 후반부에 캐나다 방위산업 전략이 발표됐다"며 "이 때문에 입찰자들에게 제안서를 수정할 수 있는 한시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조치를 통해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서도 주권, 국내 산업, 예산 대비 가치(Value for money)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우선순위가 제안서에 온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캐나다의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해 12척의 새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잠수함 도입과 유지·보수(MRO) 등 최대 약 60조원으로 추산되는 이 사업과 관련해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을 앞세워 212CD급 잠수함을 제시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와 수주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과 TKMS는 올해 3월 초 입찰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이들 회사는 이달 29일까지 제안서를 재작성해 제출하게 됐다. 한화오션과 TKMS 모두 캐나다 정부의 재입찰 요청을 받았으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정책 및 조달을 연구하는 필립 라가세(Philippe Lagasse) 칼턴대학교 부교수는 "잠수함 획득 절차가 맹렬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캐나다 정부가 입찰자들로부터 더 많은 산업적 혜택에 대한 약속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낙찰받지 못한 업체가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입찰 업체들에게 제안서 내용을 수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캐나다는 CPSP를 통해 자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올해 3월 캐나다군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훈련 시찰을 위해 노르웨이를 방문해 "독일 잠수함 제조사 TKMS의 입찰 제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독일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가 있어 축복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캐나다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수주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OSI마리타임시스템즈, EMCS인더스트리즈, 텍솔마린, 자스트람테크놀로지스, 커티스라이트 등 캐나다 현지 5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각 기업은 항법, 탐지, 전력, 유지·보수 등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TKMS는 이달 8일(현지시간) 캐나다 E3 리튬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캐나다의 광물 자원을 잠수함 공급망에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올해 3월에는 캐나다 방산업체 CA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훈련 운영·인프라, 시뮬레이션 시스템, 시설 관리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처럼 한국과 독일 기업 모두 현지 협력 강화에 나서며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여부는 기업 차원을 넘어 정부 차원의 절충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충교역은 해외에서 무기체계 등을 도입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 이전 등 반대급부를 확보하는 교역 방식을 가리킨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 수출에는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자국 해군에 1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전투관리체계(CMS)를 도입하는 등 절충교역에 나섰다. 이에 맞서 방위사업청은 범정부 지원 정책을 총망라한 협약서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