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시장 전반의 규제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정비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대형 거래소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코인원에 대해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52억원 부과를 의결했다. 대표이사에는 문책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검사 결과 코인원에서 약 9만 건의 법규 위반이 적발됐다.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16곳과의 거래를 지원하면서 거래금지 의무를 위반한 점이 핵심 사안으로 지목됐다.
이와 함께 고객확인(KYC) 절차 미이행과 검증 체계 부실도 대규모로 드러났다. 실명확인 미흡 사례는 약 4만 건, 고객확인이 완료되지 않은 이용자에 대한 거래 제한 미이행은 약 3만 건에 달했다.
빗썸에 대한 제재 수위는 더욱 높았다. FIU는 앞서 빗썸에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제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위반 건수는 총 665만 건에 달했으며, KYC 의무 위반과 거래 제한 미이행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거래소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시장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 위축과 거래량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중소 거래소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체계 구축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구조조정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래소들의 대응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빗썸은 제재의 적법성을 다투기 위해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며, 코인원 역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정된 대응 방침은 없다”며 “제재가 시작되는 29일 이전까지 결론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며, 비용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단기적인 영업 차질은 제한될 수 있지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규제 방향 자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승소한 판결은 이번 사안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된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규제당국이 명확한 기준 없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자가 자체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제재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제재를 받은 거래소들의 소송에서도 ‘규제 기준의 명확성’과 ‘사업자의 관리 책임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규제 공백기 동안 발생한 거래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 향후 가상자산 시장 규제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 사안은 법이 없던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이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공백 상태에서 규제 당국과의 교감 속에 대응했는데, 이제 와서 그 과정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법원도 그 노력과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