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16일 홈플러스의 그로서리 특화 매장인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의 장내 전경은 그야말로 한산했다.
특히 서울회생법원이 연장한 추가 입찰 접수 기한이 5일 남은 상황에서 매장 내 임직원들과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한층 더 고조되고 있었다.
이날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의 핵심 판매 상품인 식료품들의 상품 구색은 '부족'을 넘어 '결여'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특히 홈플러스가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에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라면·즉석밥 등 기본적인 가공식품에 대한 제대로 된 '진열'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농심의 '너구리', '오징어짬뽕', '새우탕' 등 인기 라면 상품이 위치해 있어야 할 곳에는 매진을 안내하는 스티커와 함께 팔도의 '미식 오징어라면' 상품 등이 대신 매대를 채우고 있었다.
이와 같은 광경을 직접 목격한 소비자들은 당황과 우려가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생필품과 각종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는 한 40대 소비자는 "홈플러스가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상품의 종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이만큼 심각한 상황인 줄은 몰랐다"라며 "아직 장바구니에 아무것도 담지 않았는데, 담지 않은 게 아니라 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결국 매장을 배회하다가 라면이라도 사자는 마음에 코너로 왔지만 상품 진열 현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손님이 봐도 민망할 정도로 매대가 비워져 있다"고 전했다.
점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라면 매대를 관리하고 있던 한 50대 점원은 "고객들이 주로 찾는 인기 라면들의 경우 입고 자체가 되지 않은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라며 "본사 차원에서도 이러한 입고 상황을 인지하고 할인 행사에서 '라면 골라담기'와 같은 핵심 프로모션을 제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진열되어 있는 대체 상품들의 재고 역시 점차 동이 나고 있다"며 "이 상품들마저 소진된다면 정말로 라면 매대에 아무것도 비치돼 있지 않은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타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상황은 유사했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상품 중 하나인 즉석밥 등 즉석식품을 비롯해 짜장 및 카레 가루·조미료 등 필수 식재료 역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즉석식품을 구매하러 매장에 방문했다는 또 다른 소비자는 "평소 구입하던 간장, 참기름 상품이 있었는데, 이 상품들이 그렇게 희귀하거나 찾기 어려운 브랜드들이 아닌 일반적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매진 상태였다"며 "동네 구멍가게에도 있는 상품을 대형마트에서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또 특정 브랜드에만 상품이 집중돼 있어 사실상 상품 유형 하나에 한 종류의 상품밖에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라며 "대형마트에서 기본적인 상품을 팔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의의가 희석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매대를 정리하던 한 점원은 "손님들에게 기본적인 상품들의 매진 상황과 불투명한 재입고 상황을 수십 번 반복해서 설명드리고 있지만, 그때마다 자괴감이 든다"라며 "스스로조차도 이곳 매장이 아닌 다른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상황이어서 떳떳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점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것을 넘어 단념하는 수준에 이른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달 4일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다음 달 4일까지로 연장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과 관련한 추가 입찰 신청을 오는 21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자사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익스프레스를 별도 매각하는 것으로 매각 전략을 수정했지만, 총 3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은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마감된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MGC글로벌 등 2곳의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MGC글로벌은 저가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SSM 시장을 차기 먹거리로 선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브랜드 신뢰도 저하·대형마트 업황 부진 등 대내외적 여건으로 홈플러스를 정상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GC글로벌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홈플러스 인수는 인수 자체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인수 이후 기존의 매장 및 인적 자원 관리, 1년여간 도태된 유통 역량을 복구하는 데만 인수 비용 이상의 추가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GC글로벌이 업계 '신규 플레이어'인 점도 분명히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며 "홈플러스의 역량을 그대로 계승한다고 할지라도,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대형마트와 SSM 사업에 적응하고 제대로 된 기본 체력을 갖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단순히 점포를 확보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확보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상품 소싱 능력, 물류 효율화, 고객 데이터 기반 운영 역량 등 전반적인 밸류체인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의 경우 브랜드 신뢰도 회복과 기존 고객 이탈 방지라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어,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특히 SSM과 대형마트는 온라인과의 경쟁이 심화된 대표 업태인 만큼, 차별화된 전략 없이 기존 방식을 유지할 경우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국 인수 이후 얼마나 빠르게 조직과 운영 구조를 재정비하고, 시장 변화에 맞춘 사업 모델을 구축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단순한 자금 투입이 아니라 구조 전환 역량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와 MGC글로벌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응답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