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자동차' 산업이 노동조합의 동시다발적 파업 예고라는 악재에 직면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보상 체계를 두고 5월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원청교섭을 압박하며 7월 투쟁을 엄포한 금속노조의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등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으며 다음달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사측에 성과급 상한 폐지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달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의 투명화와 상한 해제를 요구해왔다. 매년 한 차례 지급되는 OPI는 각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 목표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별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특히 성과급 상한선을 두지 않는 SK하이닉스의 사례를 들어 상한선 폐지를 요구했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최근 삼성전자가 57조2천억원의 1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한 후,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며 40조5천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노조 요구안에 따른 성과급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선 노조가 제시한 '영업이익 15%' 기준이 자칫 기업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집행한 역대 최대 연구개발(R&D) 투자액(37조7천404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대규모 재원이 보상 비용 투입은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가용 자금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노조는 이달 23일 경기도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후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이 단행될 경우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이자,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된다. 일각에선 업황 부진기였던 2년 전과 달리, 올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상황에서 파업은 생산 차질에 따른 적잖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전날 과반 노조 선언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자동차 산업 역시 파업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이 원청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부터 단계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결의 대회에는 금속노조 현대차·기아지부를 포함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현대모비스·글로비스·제철 등 계열사 지부가 참석했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근거로 정의선 회장의 교섭 테이블 등판을 요구했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의선 회장이 원청교섭에 나올 때까지 7월 15일, 8월 26일, 9월 3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번 투쟁의 핵심 동력을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대'에 뒀다. 노조 측 집계에 따르면, 최근 원청교섭을 추진한 조합원 2만여 명 중 약 80%가 현대차그룹 소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우위권을 갖게 되면서 우려했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 환경의 악화가 자칫 본사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고, 특히 자동차나 조선업처럼 하청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원청과의 잦은 교섭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