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국가 표준 도량형 확립을 위해 제곱미터(㎡) 사용을 의무화한 지 약 20년이 흘렀으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여전히 평 단위가 보편적인 기준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법제처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계량에 관한 법률'상 평 단위 사용 금지 조항이 2007년 7월 1일 시행된 이후 견본주택과 분양 공고문에서 평 단위를 삭제했음에도, 부동산 현장과 실생활에서는 약 3.3제곱미터(정확히는 3.3058㎡)를 1평으로 환산하는 관습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제곱미터를 전면 도입한 조치는 국제표준(ISO)에 부합하는 계량 체계를 갖추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지역마다 기준이 제각각이었던 과거의 관습은 상거래 투명성을 저해하고 정보 전달에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밀한 수치 표기를 통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면적 오차에서 비롯되는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
정책적 노력에도 평 단위의 생명력이 유지되는 요인은 부동산 가치를 판단하는 실질적 화폐 단위로서의 상징성에 기인한다.
제곱미터가 면적의 물리적 크기를 나타낸다면, 수요자들은 3.3제곱미터당 가격인 평당가를 기준으로 입지와 투자가치를 비교한다. 평 단위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쥔 심리적 지표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102제곱미터나 114제곱미터와 같은 복잡한 수치보다 30평이나 34평 등 정수 기반의 명칭이 소통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과 서비스 면적의 존재가 면적 계산의 혼란을 부추기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전용면적 84제곱미터 아파트라 하더라도 발코니 확장 여부에 따라 실사용 면적은 평균 약 20제곱미터, 광폭 발코니 설계가 적용된 단지의 경우 최대 33제곱미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전용면적과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평수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수요자들은 더욱 익숙한 평 단위를 통해 공간의 효율성을 확인하려 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솔직히 주변에선 아무도 제곱미터라고 말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도 그렇고 손님들도 열이면 열 34평인지 25평인지만 묻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신축 단지는 발코니 확장으로 서비스 면적이 넓게 나오는데, 전용면적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더라도 결국 평형으로 환산해야 수요자들이 바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분양시장에서 공급면적 기준 34평형(전용 84㎡)을 관행적 호칭으로 유지하고 있다. 전용 84㎡의 정확한 평 환산값은 25.4평이나, 복도·계단·엘리베이터 등 주거 공용면적을 합산한 공급면적(약 112~114㎡)이 약 33~34평에 해당해 이 같은 호칭이 굳어졌다.
홍보물에 '평'이라는 글자를 쓰는 대신 형이나 TYPE이라는 표현을 활용해 법망을 피하는 행위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면적 단위 하나가 가격 판단의 언어로 굳어진 이상, 제도만으로 관습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