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 뒤에 감춰진 것들: 위고비와 마운자로,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등록 2026.04.18 14:00:00 수정 2026.04.18 14:01:10
청년서포터즈 9기 김아령 aryung361@gmail.com

 

【 청년일보 】 "저도 맞아볼까요?"

 

실습 나간 병동에서 보호자가 건넨 말이다.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한 환자 옆에서, 보호자는 위고비 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살이 찐 것도 아니었다. 그냥 "좀 더 빠져 보이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비만 치료제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 호르몬을 조절하는 기전, 왜 살이 빠질까?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는 본래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다. 우리 몸에서 식사 후 자연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해,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높이고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춘다. 결과적으로 섭취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는 구조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미국 FDA는 위고비를 만성 비만 치료제로 별도 승인했다.

 

문제는 이 약이 '다이어트 주사'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혀 다른 맥락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숫자가 말하는 것, 그리고 말하지 않는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고비 투약 후 담석증 560명, 급성췌장염 151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등 총 961명의 이상 사례가 보고됐다. 이 중 159명은 응급실을 찾았다.

 

이 수치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전체 사용자 대비 발생률이 아닌 보고된 이상 사례의 집계라는 점에서, 이 숫자 자체가 위고비의 위험성을 단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급성신부전 환자의 28.6%, 담낭염 환자의 27.3%가 응급실 처치가 필요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점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우연이 아니다. 급격한 체중 감소는 담즙 성분의 변화를 유발해 담석 형성을 촉진하고, 이것이 담관을 막으면 췌장염으로 번질 수 있다. 부작용의 종류가 기전과 맞물려 있다는 건, 이 약이 우리 몸 안에서 단순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맥락 없이 숫자만 떠도는 경우다. 일부 SNS 콘텐츠는 수치를 단편적으로 제시하며 막연한 공포를 조장한다. 반대편에서는 "부작용 과장됐다.”며 사용을 부추기기도 한다. 둘 다 틀렸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자리를 공포와 과신이 번갈아 채우고 있는 것이다.

 

◆ '마름'을 성공으로 파는 사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약 자체가 아니다. 이 약이 왜, 누구에게 쓰이고 있느냐다.

 

최근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에 가까운 청년층, 심지어 성장기 청소년에게까지 이 약물이 처방 혹은 유통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만 치료제가 비만 치료에 쓰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배경에는 '마른 몸'을 건강이 아닌 성공과 아름다움의 지표로 치환해온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숫자로 된 체중이 자기 관리의 척도가 되는 문화 안에서, 약은 지름길처럼 보인다.

 

그러나 GLP-1 작용제는 성장기에 있는 신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서의 장기 안전성도 마찬가지다. 의학적 필요성 없이 약물에 노출되는 신체는, 애초에 임상시험이 상정하지 않은 조건 위에 놓이는 셈이다.

 

◆ 예비 간호사로서 하고 싶은 말

 

간호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약물이 '무엇을 하는가'만큼 '누구에게, 왜, 어떤 조건에서 쓰이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적절한 대상에게, 의료진의 관리 하에 쓰일 때 의미 있는 치료 도구가 될 수 있다. 투약 중 참기 힘든 상복부 통증이나 소변량 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고, 담석이나 췌장 질환 병력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이건 부작용을 겁내라는 말이 아니라,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대응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우리는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이 약이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그 이유가 내 몸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서 온 것인지를. 약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건 그 기준일지도 모른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아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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