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치매는 더 이상 특별한 질환이 아니다. 외래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미리 막을 방법은 없느냐"고 묻는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퇴행성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며,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상당한 신경세포 손상이 일어난 뒤다. 그렇기에 치매 관리의 핵심은 치료보다 예방에 있다. 그리고 그 예방은 거창한 약이나 특별한 보충제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식탁 위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식사를 할 때 채소를 먼저 먹는 습관은 단순한 다이어트 요령이 아니다. 이는 뇌 건강을 지키는 생리학적 전략이다. 우리가 밥이나 면, 단 음식을 먼저 섭취하면 혈당은 빠르게 상승한다. 이른바 '당 스파이크'는 인슐린의 급격한 분비를 유도하고, 이러한 혈당의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 혈관 내피세포는 손상된다. 뇌는 미세혈관이 촘촘히 분포한 기관이기에, 이러한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실제로 제2형 당뇨병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인슐린 저항성과 인지 저하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채소를 먼저 섭취하면 풍부한 식이섬유가 음식물의 흡수 속도를 늦추고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든다. 그 결과 인슐린 분비가 안정되고, 뇌세포에 가해지는 대사적 부담이 줄어든다. 이 단순한 순서의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뇌혈관을 보호하는 효과를 낳는다. 치매 예방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이런 작은 조절에서 출발한다.
치매의 또 다른 축은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다. 뇌 안에 비정상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염증 반응이 지속되면 신경세포는 점차 기능을 잃는다. 채소에는 비타민과 폴리페놀, 각종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이러한 성분은 활성산소를 줄이고 세포 손상을 완화한다. 특히 녹황색 채소의 항산화 작용은 혈관 내 염증을 낮추고 뇌로 가는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식탁 위의 초록빛이 곧 뇌세포를 지키는 방어막이 되는 이유다.
최근에는 장과 뇌의 연결성, 이른바 '장–뇌 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불균형해지면 염증성 물질이 증가하고, 이는 혈액을 통해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채소의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염증 반응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장이 건강해야 뇌도 건강하다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치매는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유형을 포함한다. 그중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혈관 위험 요인과 밀접하다. 채소 중심 식습관은 혈압과 지질 수치를 안정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결국 채소부터 먹는 습관은 뇌혈관 사고를 예방하는 생활 속 실천이자, 인지 저하를 늦추는 토대가 된다.
치매 예방은 단기간의 집중 관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친 생활습관의 축적이 노년기의 인지 기능을 결정한다. 채소를 먼저 먹는 일은 어렵지 않다. 비용도 들지 않고, 특별한 준비도 필요 없다. 그러나 매일 반복된다면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치매는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대사 변화의 결과다. 그렇다면 예방 역시 매일의 선택에서 시작해야 한다. 오늘 식탁에서 채소를 먼저 집는 그 작은 행동이, 훗날 자신의 기억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패가 될 수 있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2년 연속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