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실패 시 '노랑봉투법 1호' 판례"…CU·화물연대, 파업 충돌 '시험대'

등록 2026.04.22 11:50:39 수정 2026.04.22 12:15:58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20일 CU진주물류센터서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사측, 무리한 대체 차량 진입"
'원청 교섭 요구에 보복 조치'에 반발 쟁의 지속…물류 공급 차질 등 '악화일로'
"BGF로지스 아닌 원청 BGF리테일 직접 나와야"…사측 "원청은 BGF로지스"
21일 '빠른 해결' 위한 합의서 서명…"합의 실패 시 노랑봉투법 첫 판례 될 수도"

 

【 청년일보 】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와 첫 협상 자리를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사측은 노조 측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인 한편, 노조 측은 원청 사용자의 즉각적인 사과와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이하 노랑봉투법) 1호 판례'가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망하면서, 사측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조합원 사망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일 오전 10시 32분쯤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진주물류센터 앞 40여 명이 참여한 연좌농성 집회 현장 인근에서는 2.5t 탑차에 부딪혀 조합원 1명이 사망했고, 2명의 조합원은 각각 중상과 경상을 입었다.

 

화물연대 측은 경찰이 사측의 무리한 대체 차량 진입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피해자는 정당한 파업 투쟁 중 쓰러진 상태에서 사측이 강행한 대체 차량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라며 "원청의 배송 강행과 경찰의 무리한 집행이 합작해 만든 예견된 참사"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원청 교섭 요구자에 대한 물량 축소 보복'에 대해 반발하며 이달 초부터 파업을 지속해 왔다. 파업은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 지역 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파업에는 경남진주센터·원주센터·안성화성센터·광주나주센터 등 지역 센터의 화물 노동자 10% 정도가 참여했고, 이 파업으로 인해 수도권과 강원·경남·전남 쪽 물량 흐름이 부분적으로 차질을 빚었다.

 

화물연대는 올해 1월부터 원청인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다섯 차례나 송부했지만, BGF리테일이 물량을 교섭 요구 이후 절반으로 삭감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측은 BGF리테일과의 직접 교섭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지속 전개하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내용증명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인명 피해 역시 이와 같은 맥락 가운데 발생한 사건으로, 피해 발생 이후 화물연대 측은 더욱 강경하게 사측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특히 화물연대는 이번 사태 이후 기존 요구 사항에 더해 ▲BGF리테일 및 로지스의 즉시 교섭 수용 ▲공권력 남용 및 안전 방기 수사와 책임자 처벌 ▲정부의 직접 개입 ▲다단계 하청 구조 속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보장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21일 열린 BGF리테일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병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 사건은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자 자본에 의한 살인"이라며 "노동자들은 마이너스 노동을 끝내기 위해 싸웠을 뿐인데, 원청은 교섭 대신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으로 압박하고 대체 차량을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파업 조합원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강제 해산을 진행한 직후 참사가 발생했다"며 "화물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과 심야·휴일 운송, 상하차와 감정 노동까지 감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40여 명에 불과하던 쟁의 인원도 조합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화물연대 측이 '총력 투쟁'에 돌입하면서 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 현장으로 돌변했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21일 BGF로지스는 화물연대와 '현 상황의 빠른 해결'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상견례 형식의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서는 노사가 단일 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물류센터별 운영 방식과 지역 사정에 따라 교섭을 화물연대 지역본부와 센터별로 별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합의서는 화물연대의 요구대로 이민재 BGF로지스 대표이사가 서명에 참여했다. 또한 김동국 화물연대본부위원장,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 BGF리테일 관계자(상무급)도 이름을 올렸다.

 

BGF로지스의 모회사이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한 채 BGF로지스와 화물연대의 교섭과 합의 사항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교섭이 시작됐다고 할지라도, 최종 합의서 작성까지 물류센터 봉쇄는 지속할 예정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교섭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물류센터 봉쇄를 지속하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BGF로지스가 아닌 리테일을 원청으로 인지하고 있고, 사측이 원청 교섭을 요구한 조합원들에게 보복 행위를 한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이번 합의를 시작으로 갈등을 순차적으로 봉합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먼저 사망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와 유족분들에 대한 위로를 전한다"면서 "원청인 BGF로지스 대표가 현장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견례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텄고, 논의 주제는 순차적으로 정해지게 될 것"이라며 "회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큰 당혹감을 느끼는 상황이지만,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실제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노랑봉투법에 관한 최초의 법률적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산업재해를 넘어,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교섭 요구와 물량 조정, 대체 인력 투입 등 일련의 과정이 실질적 지배·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법적 쟁점이 상당히 복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랑봉투법의 취지가 원청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데 있는 만큼, 향후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는 유통·물류뿐 아니라 플랫폼·건설 등 유사한 하청 구조를 가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차원을 넘어, 사전에 교섭 구조와 안전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이번 사안은 노사 분쟁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의 책임 체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법 전문 양정은 변호사(법무법인 중앙이평)는 "노랑봉투법 이후 노조 측의 교섭 요구에 대해 원청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면 법리적으로 원청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즉 법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논리가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사측에서는 이러한 법률적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BGF리테일이 BGF로지스 사업 다수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 부분이 사용자성과 관련한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판례 축적이 부족하고, 사측은 법률적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노조 측은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서 BGF리테일이 아닌 BGF로지스와 일찍이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이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재판까지 이어질 경우 노랑봉투법에서 원·하청의 범위를 규정하는 최초 판례가 될 것"이라며 "사측은 '노랑봉투법 1호 기업'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국장 : 안정훈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