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發 노사갈등 확산에…재계, 투자 골든타임 실기 우려 "끌탕"

등록 2026.04.24 08:00:02 수정 2026.04.24 08:00:14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실적 걸맞은 보상"…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상한제 폐지"
현대차 노조,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요구안 확정

 

【 청년일보 】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보상 재원 지출이 투자 적기를 놓치게 함으로써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 양측은 성과급 체계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노조는 영업이익 15% 재원 상한 폐지와 더불어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의 투명화와 상한 해제를 주장해왔다. 매년 한 차례 지급되는 OPI는 각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 목표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별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노사 협상을 통해 성과급 상한선 없이 영업이익과 연동해 보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삼성전자 역시 "업계 1위 위상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달 초 사측이 발표한 57조2천억원의 1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명분으로 내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올해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이 270조원에 달할 것으로 가정하고, 자신들의 요구안인 15%를 적용해 총 40조5천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생존과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경쟁사 수준의 지급률 보장을 포함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특별포상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보상 재원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적 투자 여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R&D 투자 규모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실적에 비례해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하는 것이 맞지만 중장기 관점의 선제적 투자를 놓치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 규모를 놓고 대립하기보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조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23일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2024년 7월 이후 2년 여 만이다. 업계 안팎에선 반도체 업황 부진기였던 2년 전과 달리,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탔으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경제적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 역시 성과급발(發) 노사 갈등에 진통을 겪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요구안을 확정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이 10조3천647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만 3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대차가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소진할 경우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 미래차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과도한 보상 재원 지출은 투자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축이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어 천문학적인 R&D 비용 투입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당장의 실적 배분에 치중한 과도한 재원 소모는 미래 기술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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