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공군의 구호는 사회라는 활주로를 박차고 뛰어올라 더 나은 내일로 높이 비상하려는 청년들이 보여주는 간절하고 치열한 도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공군은 종종 안정적인 복무 환경, 높은 수준의 복지, 긴 휴가 기간과 같은 조건으로 각인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공군의 진면목을 설명할 수 없다.
공군병의 21개월부터 조종장교의 15년까지, 의무복무의 시간은 한 청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무게를 지닌다. 이 시간 속에서 청년들은 국방의 의무를 넘어, 인생의 자산을 설계하고 단련에 매진한다. 청년일보는 [청년이 궁금한 공군] 연재로 공군이 수행하는 임무와 현장, 특기와 조직, 그리고 그 시간이 청년의 삶과 커리어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 비행단이라는 거대 도시의 인프라 관리
공군 비행단(Wing)은 수천 명의 장병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자족 도시이자, 항공우주 기술이 집약된 정밀 공정의 현장이다. 이 거대 도시가 24시간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환경을 유지하는 손길이 필요하다.
기계설비병은 부대 내 각종 보일러, 냉난방기, 목욕탕 및 취사장 설비, 급수 장비 등 기지 운영에 필요한 기계 계통 시설물의 운용과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폭염 속에서도 레이더와 통신 장비가 과열되지 않도록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혹한기에도 장병들이 온수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 현장 전문가로 거듭나는 실무 경험
기계설비 특기가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자산은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 경험이다. 기지 내 설비는 날씨와 사용 빈도, 노후화 정도에 따라 매일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배관 누수나 보일러 고장, 냉난방기 작동 오류가 발생했을 때, 기계설비병은 현장에서 원인을 진단하고 조치해야 한다.
이때 도면을 읽고 공구를 다루며 설비의 작동 원리를 몸으로 익히는 과정은 단순한 반복 업무를 넘어선다. 원인을 분석하고 최적의 수리 방안을 도출해 내는 일련의 과정은 엔지니어링의 기본기를 다지는 훌륭한 실무 훈련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론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이며, 청년들은 복잡한 기계 장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고장 난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커리어 자본을 스스로 쌓아나가게 된다.
◆ 전역 후 산업 인프라를 책임질 엔지니어
기계설비 특기는 전역 후 사회 진출 시 가장 직접적으로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보직 중 하나다. 비행단이라는 대규모 시설물에서 각종 기계설비를 운용하고 정비해 본 경험은 민간 기업의 시설 관리, 플랜트 유지보수, 공조냉동 엔지니어링 분야 등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기가 된다.
특히 복무 기간 중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등 전역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을 병행하면 경쟁력을 더할 수 있다. 단순히 군 복무를 마친 것이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 설비를 관리해 본 경력직 신입으로 사회라는 활주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 보이지 않는 책임이 빚어내는 커리어 자본
기계설비 특기를 낭만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계절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는 설비 업무는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혹한과 맞서야 하며, 고장이나 이상은 정해진 시간만 기다려 주지 않는다. 때로는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눈에 띄는 박수는 적지만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부담을 짊어지는 자리다.
이 특기가 청년에게 남기는 자산은 분명하다. 기계설비는 손에 기름을 묻히는 노동만이 아니라, 기준에 따라 점검하고 기록하며 위험을 예측하고 조직의 일상을 지켜내는 책임의 기술이다.
비행단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이 맡은 계통을 끝까지 책임지는 경험, 그리고 원칙을 지키는 태도는 사회 어느 조직에서도 통하는 강력한 기본기가 된다. 결국 공군의 기계설비 특기는 조직 전체를 조용히 떠받치는 후면의 힘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군을 숨 쉬게 하는 사람들, 기계설비 특기의 가치는 바로 그 묵직한 책임감에 있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