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병실까지 따라오는 약봉지, '지참약'의 정체"
'지참약'이란 환자가 입원 전부터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던 모든 약물 정보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의사의 처방약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의약품, 영양제와 같은 건강기능식품까지 모두 포함된다.
병원에서 지참약을 관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약물의 중복 처방으로 인한 고용량 투약을 방지하고, 새로 처방된 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화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 "무슨 약 드세요?" 질문 앞에서 작아지는 환자와 보호자
임상 현장에서 간호사는 입원 환자에게 평소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 상세히 질문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정확한 약 이름, 개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당황하곤 한다. 결국 보호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약봉지를 챙겨 오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보 확인을 넘어,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불필요한 수고를, 의료진에게는 정보 공백으로 인한 비효율적인 간호를 야기하며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 약이 독이 되지 않도록, '다약제 복용'의 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참약 관리는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와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질환이 아닌 다수의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5가지 이상의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Polypharmacy)' 상태에 놓이기 쉽다. 이 과정에서 치료의 이득보다 부작용 위험이 더 큰 '잠재적 부적절 약물 사용(PIM, Potentially Inappropriate Medications)'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증가한다.
이러한 약물 관련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낙상, 섬망, 신기능 저하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입원 중 새롭게 처방되는 약물과 기존에 복용하던 지참약 간의 적절성을 함께 검토해야 하므로, 입원 초기 정확한 지참약 확인은 환자 안전을 위한 핵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스마트한 시스템 뒤에 숨은 사각지대
현재 우리나라는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 다제약물 관리사업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약물 관련 위험을 사전에 확인하고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DUR은 처방 단계의 중복 및 상호작용 확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환자의 전체 복용 약물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다제약물 관리사업 역시 고위험군 중심으로 운영되어 모든 환자의 약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이로 인해 환자 진술이나 기억에 의존한 정보 확인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약물 누락이나 중복 기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약물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로 이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가 먹는 약! 한눈에'와 같은 환자 중심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으나, 실제 이용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활용도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건강보험 청구 기반 정보만 제공된다는 한계가 있어 모든 복용 약물을 완전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는 현재의 약물 관리 체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 환자의 복용 약물 정보가 완전히 통합되어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입원 시 지참약을 통한 직접 확인은 여전히 중요한 과정으로 남아있다.
◆기술과 관심이 만날 때 완성되는 안전한 의료 환경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간호와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간 환자의 의약품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물론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도적 보완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와 보호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입원 전 자신이 먹는 약을 미리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두거나, 심사평가원 서비스를 통해 투약 이력을 상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진 역시 환자의 약물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해 누락된 정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작은 관심이 모일 때, 비로소 병원 복도를 달리는 의료진과 보호자의 발걸음은 줄어들고 환자의 안전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윤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