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절벽·공사비 분쟁 "이중고"...원가 폭등에 '시름' 중인 건설현장

등록 2026.05.07 08:00:02 수정 2026.05.07 08:00:13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자재수급지수 개편 이후 최저 근접...현장 불안 가중
분양가 역대 최고치 경신에 서울 입주 물량 급감

 

【 청년일보 】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원가 상승 압박에 따른 자재 수급난과 공사비 분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로 2020년 대비 33.7% 급등했다. 해당 지수는 통계청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인 18.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원자재 공급 불안과 공사비 인상 요구가 맞물리면서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의 사업 지연과 주택 공급 물량 급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 또한 2024년 5월 지수 개편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3월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6.7포인트 급락한 수치로, 건설 수주액이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음에도 실제 공사를 진행할 자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해당 지수의 수주 증가 부분은 공공이 아닌 민간 정비사업이 주도한 것으로, 공공수주는 같은 기간 6.6% 감소했다.

 

특히 중동 지역 분쟁으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석유화학 계열 자재 가격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은 시공사와 발주처 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은평구 대조1구역 정비사업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자재 협력사들이 4월부터 페인트, 단열재, 방수재 등 주요 마감재 가격을 10~40% 인상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또한 같은 시기 서울 마천4 재정비촉진구역에 3.3㎡당 공사비를 기존 584만9천원에서 959만6천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청했다. 총 공사비 기준 3천834억원에서 6천733억원으로 약 2천899억원 증액되는 규모다.

 

현대건설은 앞서 올초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합에도 약 1천200억원 가량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바 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지난달 전국 주요 정비사업지에 공문을 발송하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사태를 통제 불가능한 대외 변수로 규정하고 나프타 등 원자재 수급난과 국제유가 및 환율 급등에 따른 자잿값 인상 압박을 시행사 측에 전달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와 공급망 교란이 현장 전반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으며, 자재 협력사들로부터 단가 인상을 통보받고 있는 상황임을 밝혔다.

 

여기에 에너지 비용이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시멘트와 레미콘 역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조달청 조사 결과 지난 3월 아스콘 공급량은 전년 동월 대비 70% 수준으로 하락하며 공공 인프라 사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비와 인건비 상승폭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라며 "지금 같은 원가 구조에서는 공사를 진행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합리적인 공사비 증액 없이는 시공권을 반납해서라도 추가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라고 전했다.


고공행진하는 공사비는 분양가 상승과 공급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천489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전국 일반분양 물량은 1만7천216가구로 직전 분기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올초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천412세대에 그쳐 전년 대비 약 48% 급감할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분양 시점을 연기하거나 사업을 재검토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자 국토교통부는 기존 3대 프로젝트를 확장한 긴급 자재 수급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해당 TF는 철근, 시멘트, 레미콘, 골재, 아스콘, 가구재 등 6대 핵심 자재를 대상으로 일일 가격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수급 상황을 관리한다.

 

중동항로 불안으로 상승한 물류비를 상쇄하기 위해 해외 시멘트 및 원료 수입 시 운송비 보조금을 한시적으로 확대했으며, 단열재와 창호 등 석유화학 계열 자재의 원료인 나프타 및 관련 화합물에 대해 긴급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건설업계 또한 정부 대책과는 별개로 실무적인 대응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현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에 대비해 주요 자재의 6개월에서 1년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선도계약을 확대하며 자재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발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변동은 개별 건설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변수"라며 "원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건설사들도 수익성 방어를 위해 신규 수주나 분양 물량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국장 : 안정훈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