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韓, '탈임상' 가속…"간호사의 시간이 부족하면 환자는 위험해진다"

등록 2026.05.09 11:00:00 수정 2026.05.09 11:00:09
청년서포터즈 9기 김하영 hayoung040802@gmail.com

 

【 청년일보 】 대한민국 병동의 간호 인력 부족 문제가 의료진의 피로도를 넘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실제로 병원 규모에 따라 간호사 한 명이 10명에서 많게는 30명 이상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경우도 흔한 실정이다.

 

이러한 과도한 업무 하중은 간호 인력이 현장을 떠나는 '탈임상' 현상을 가속화한다. 대한간호협회가 병원간호사회 실태조사를 재분석한 결과, 병원을 사직하는 간호사 중 5년 이내 경력자가 80.6%에 달했다. 특히 1년 미만 사직이 43.4%로 가장 많았는데, 신규 간호사의 1년 이내 사직률은 2018년 42.7%에서 2022년 57.4%로 5년 새 14.7%포인트나 급등했다. 사직 이유 1위는 단연 '과도한 업무와 업무 부적응'(20.8%)이었다.

 

인력 부족 현상은 곧 의료 서비스의 질적 붕괴를 의미한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내 4개 병원 환자 62만여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등록 간호사(RN) 인력이 평균보다 부족한 날이 하루 늘어날수록 환자의 사망 위험이 3% 증가했다.

 

반대로 간호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사망 위험은 4% 감소했다. 즉 병상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시간이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또 간호 보조 인력의 증원이 등록 간호사 부족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인원 확대가 아니라 전문성과 임상 판단 능력을 갖춘 간호사의 역할이 핵심임을 시사한다.

 

간호학과 학생의 관점에서 인력 부족은 단순한 노동 강도의 문제를 넘어 간호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의미한다. 응급 상황에서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고 투약 오류의 위험이 높아진다. 나아가 체위 변경이나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욕창, 낙상, 감염 예방과 같은 필수 예방 간호를 수행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의 법제화다. 이미 미국은 간호사 1인당 5명의 환자를 돌보며 호주는 4명, 일본은 7명을 보도록 법으로 정했다. 그 결과 미국은 환자사망률과 간호인력 이직률이 감소했다. 호주 역시 사망률과 재입원율, 재원 일수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실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인력 개편의 필요성을 수치로 증명한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516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적정 환자 수 개편안을 적용한 결과 간호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환자안전향상, 환자만족도 상승, 의료서비스 질 개선 항목 모두 5점 만점에 4.4점 이상의 높은 점수로 조사됐다.

 

나아가 병동 문화의 변화도 요구된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긴장감과 무게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모르는 것을 편하게 묻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필자의 실습 경험을 돌이켜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선배 간호사들과 함께했을 때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고 간호직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지지적 환경은 신규 간호사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더 따뜻하고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하는 원동력이 된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의 법제화와 지지적인 병동 문화 형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이러한 구조적 개선이 뒷받침될 때 간호사는 간호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으며 환자는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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