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의 등불' 이선재 교장 별세…남겨진 일성여중고 '폐교 위기'

등록 2026.05.11 15:40:06 수정 2026.05.13 20:36:12
안정훈 기자 johnnyahn@youthdaily.co.kr

반세기 여성 교육 헌신한 한국의 페스탈로치 90세 영면
법인 전환 실패 시 2028년 폐교...성인 학습권 소멸 우려

 

【 청년일보 】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평생을 바쳐 배우지 못한 여성들의 한을 풀어주었던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이 지난 10일 새벽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실향민으로서 스스로가 경험한 배움의 소중함을 소외된 이들에게 돌려주며 한국 성인 교육의 기틀을 닦은 상징적 인물이다.

 

1936년 개성에서 태어나 1·4 후퇴 당시 서울로 피란 온 고인은 주변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갔던 10대 시절의 기억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았다.

 

1963년 야학이었던 일성고등공민학교 교사로 시작해 1972년부터 교장직을 맡았으며, 이후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설립해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 등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배움의 터전을 제공했다. 2005년에는 국내 최초의 학력인정 성인 초등학교인 양원초등학교를 세우며 성인 교육의 공교육화에 앞장섰다.

 

그러나 '한국의 페스탈로치'로 추앙받던 거목의 별세는 일성여중고의 존립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남겼다.

 

평생교육법 개정에 따라 평생교육 시설의 설립 주체는 법인만 가능하지만, 법 개정 전 문을 연 일성여중고는 설립 주체가 고인 개인으로 되어 있다. 현행법상 학교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설립 주체를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행정적 절차 등이 유족과 학교 측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유족과 교육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법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교는 올해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는 '2028년 2월'을 끝으로 폐교 절차를 밟게 된다. 이는 단순히 한 학교의 폐쇄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탱해온 성인 교육의 마지막 보루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고인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유족과 학교 존폐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교육계 전문가는 "개인이 일궈온 숭고한 교육적 자산이 법적 요건 때문에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전향적인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13일 자정, 장지는 동화경모공원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이원준(세종대 교수)·이혁준(일성여자중고 행정실장)씨, 딸 이승은씨 등이 있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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