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판매사 책임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전문투자자의 경우 투자 판단에 대한 자기책임 원칙이 상대적으로 강조돼 왔다면 최근 법원에선 판매사의 책임을 보다 폭넓게 고려하는 추세가 감지된다. 상품 구조에 대한 검증 여부를 비롯해 상품 안내 등에서 '책임판매'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면서 향후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관행 및 소송 추이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SM백셀(옛 지코)이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NH투자증권이 8억원의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SM백셀은 지난 2019년 NH투자증권 소속 직원의 권유로 옵티머스 펀드에 2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위탁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보수를 받고 해당 펀드를 판매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위험성이 낮다고 소개했다.
SM백셀 등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의 95% 이상을 정부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한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근거로 상품의 안정성을 신뢰하고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2020년 4월부터 해당 펀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결과, 실제 투자금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를 거쳐 개인의 주식 및 파생상품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투자제안서에는 수익 구조나 투자 대상, 이익 실현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NH투자증권이 이 같은 의문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에게 펀드 가입을 권유한 점은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해당 펀드에 가입한 전문투자자에는 SM백셀을 비롯해 오뚜기, JYP엔터테인먼트, BGF리테일 등 다수의 상장사가 포함됐다. 이 중 오뚜기는 NH투자증권을 상대로 150억원대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으며, 2심에서는 75억4천938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2024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과거 사모펀드 및 고난도 금융상품 분쟁에서 축적된 판례와도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비롯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는 펀드 구조의 허위·부실 여부와 판매사의 사전 인지 가능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으며, 일부 사안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계약 취소 또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아울러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의 경우에는 상품 구조의 복잡성과 위험성에 비해 금융회사의 설명이 충분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며 불완전판매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진 바 있다.
이같은 흐름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금융상품 판매사의 투자자 보호 책임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법인이나 기관 등 전문투자자의 경우,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전제 아래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비교적 높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설명의무나 적합성 원칙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 판결에선 판매사들의 책임을 더욱 강하게 묻는 경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같은 기조에 따라 향후 선행 사례를 바탕으로 한 추가 소송 가능성 및 유사한 판례가 이어질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의 경우 증권사와의 거래 관계를 고려해 소송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며 “다만 유사한 판결 사례가 축적될수록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전문투자자 대상 금융상품 판매 관행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하고 있다. 향후 유사 분쟁에서 관련 판단이 어떻게 이어질지에 따라 판매사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최근 판결 흐름을 보면 전문투자자 대상 상품이라도 판매 과정에 대한 책임을 함께 보는 분위기가 있는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사 판례가 계속 이어질 경우 판매사도 실무적 차원에서 판매 절차에 대한 점검 등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당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향후 절차는 판결 내용에 따라 성실히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