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매물 유도'…토허구역 실거주 유예, 갭투자·전세난 가중 우려

등록 2026.05.14 08:00:03 수정 2026.05.14 08:00:14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전세 낀 매수 허용 범위 확대…갭투자 차단 원칙 '흔들'
2년 뒤 집주인 입주 전제…세입자 계약갱신권 충돌 가능성

 

【 청년일보 】 국토교통부가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까지 실거주 의무 유예를 확대하며 시장 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나, 사실상의 '갭투자' 허용과 장기적인 전세난 심화라는 상충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고 매물 잠김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유예가 끝나는 2028년경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세입자 주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임대 중인 주택을 매수할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는 대상이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넓어졌다.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매수자는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할 경우 최장 2028년 5월 11일까지 실거주 없이 전세를 낀 상태로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 시 4개월 내 입주를 원칙으로 했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토지거래허가제의 근간인 '실거주 목적' 원칙을 흔든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가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집을 사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정부가 금지해온 '갭투자'의 길을 사실상 열어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는 '지연 입주'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시세 차익을 노린 선매수를 허용한 것이어서 정책적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정부가 투기 억제를 위해 고수해온 실거주 의무라는 최후의 보루를 스스로 허물어준 셈"이라며 "9일까지도 버티던 집주인들이 2년 뒤라고 매도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도 전세 물량은 부족한 지역이 많고, 당장 내년부터 점증적으로 실거주가 시작되면 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검토하면서 일부 강남권 아파트 소유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시뮬레이션 결과 서초구 반포 자이(84㎡)를 19억원에 취득해 10년간 실거주를 마친 1주택자는 현재 12억원 비과세와 8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아 세금이 1억5천870만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동일한 조건에서 주택을 보유만 한 비거주 1주택자는 20%의 공제율만 적용돼 10억5천270만원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최종 세 부담이 8억9천400만원가량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세금 격차는 비거주자의 매도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평가된다.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9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느니 유예 기간을 활용해 어떻게든 실거주 요건을 채워 절세를 완성하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매물 출회 효과보다 '버티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고령자 중심으로 다운사이징과 차익 실현 매물을 일부 내놓을 수 있겠으나 1주택자는 소유와 거주를 분리해 절세를 완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조치로 인한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세입자의 주거권 침해다. 매수자는 유예 기간 종료 후 반드시 입주해야 하므로, 해당 주택의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매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실거주 의무를 유예했으나, 이는 2년 뒤 집주인의 입주를 전제로 하기에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 기간을 사실상 강제로 단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조치는 신규 주택을 확충하는 공급 대책보다는 기존 주택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거래 활성화 방안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주택 공급 순증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 역시 "매도자에게는 처분 기간을 늘려준 것이 맞지만 정작 기존 세입자에게는 거주지 상실이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며 "2년 동안 획기적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세가격 상승 등 임대차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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