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약화·자본주의 원칙 배치"...재계 '영업익 N%' 요구 몸살

등록 2026.05.18 08:00:03 수정 2026.05.18 08:00:16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성과급 산정 요구, 자동차·조선 업종 등 전방위적 확산
재계 "영업익, 첨단 기술 확보 위한 미래 재투자 자원"

 

【 청년일보 】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촉발된 '영업이익의 N%' 방식의 성과급 산정 요구가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을 막론하고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재투자나 주주 환원에 쓰여야 할 재원이 당장의 성과급 재원으로 쓰이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건 물론,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재원 기준 및 명문화 여부를 놓고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인 OPI(초과이익성과급)의 상한 폐지와 더불어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의 명문화를 요구했다. 매년 한 차례 지급되는 OPI는 각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 목표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별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앞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에 연동한 보상 체계를 도입하면서, 노조의 요구 수위는 한층 가팔라졌다. 사측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할 경우, 향후 업황 둔화 국면에서 기업의 차세대 기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수 차례 공전을 거듭해온 노사는 지난 11일부터 이틀 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중재로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최종 결렬됐다.

 

사측은 노조에 재차 대화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그동안 요구했던 성과급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 같은 노사 갈등을 바라보는 재계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24시간 쉼 없이 라인이 가동돼야 하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공정이 멈출 시 막대한 손실로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가 미국, 중국, 일본에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반도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 비춰 정부가 보다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과급 문제는 반도체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계 전반에서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업 호황 속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안에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급 규모를 단순 요구 수준이 아니라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구체적 비율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향후 노사 협상에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현재의 성과급 논란이 향후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칠 심각한 파급력을 경고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노조의 본래 역할은 작업 환경 개선이나 복지 증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경영의 영역인 성과급 산정 방식에까지 적극 개입하면서 상생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영업이익은 단순한 배분 대상이 아니라 차별화된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미래 재투자 자원"이라면서 "R&D 비용이 막대한 업종 특성상 영업이익의 70~80%가 재투자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업이익의 N%' 방식의 성과급 지급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기업에 돈이 남으면 부채를 상환하거나 미래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 후 남는 여유 자금은 주주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정상적인 경영"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자금이나 미래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을 성과급으로 집행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의 원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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