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기름값만 오른게 아니다…고유가가 낳은 건강 양극화

등록 2026.05.24 09:00:00 수정 2026.05.24 09:00:08
청년서포터즈 9기 백해솔 bhsunny06@korea.ac.kr

 

【 청년일보 】 중동의 정세 불안 장기화로 인해 국제 유가 변동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대를 돌파했다. 연일 치솟는 유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주머니 사정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에너지 빈곤층의 생존을 위협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건강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주유소의 전광판 숫자가 올라갈 때,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 온도는 반비례하며 떨어진다.

 

냉·난방을 포기하며 발생하는 직접적인 질환부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까지. 고유가는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 폭염 속의 잔인한 선택, 냉방 빈곤

 

유가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며 취약계층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한다.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 누군가에겐 당연한 에어컨 바람이 누군가에게는 가계부를 위협하는 사치재가 될 수 있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이른바 냉방 빈곤층은 전기료 무서워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마음 놓고 켜지 못한다.

 

보건학적으로 실내 온도가 30°C를 넘어서면 신체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과부하 상태에 빠진다. 특히 혈압 조절이 어렵거나 심장이 약한 고령자들에게 이러한 환경은 치명적이다. 결국 유가 상승으로 인한 냉방 포기는 온열 질환 발생률을 높이고, 이는 곧 '열의 격차'가 '건강의 격차'로 직결되는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준다.

 

◆ 장바구니에서 사라진 신선함, 영양의 양극화

 

유가의 영향력은 식탁 위까지 뻗친다. 모든 식재료는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물류 과정을 거친다.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폭등은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을 밀어 올린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구는 비싸진 채소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쉬운 라면이나 가공식품으로 식단을 채우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가공식품이 대개 나트륨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필수 영양소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고유가 상황이 길어질수록 취약계층은 비만이나 대사질환 등 만성질환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배를 채우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 통장 잔고가 주는 압박, 마음까지 병들게 한다

 

경제적 압박은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재난이기도 하다.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와 주유소의 전광판을 보며 느끼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불안 장애나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동 비용이 비싸지면서 외부 활동과 사회적 교류를 줄이게 되는 고립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기댈 곳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비용 문제로 사회적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은 신체적 질병만큼이나 위험한 요소다.

 

◆ 건강 형평성, 이제는 에너지를 논해야 할 때

 

건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고유가가 불러온 건강 불평등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적인 복지 자원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단순한 일시적 지원금을 넘어, 폭염과 고물가 속에서도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보건-에너지 통합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치솟는 유가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건강 형평성의 시작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백해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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