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청년 세대 사이에서 확산된 이른바 '갓생' 문화 이면에 공허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새벽 운동과 자기계발,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청년들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고기능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는 공식 정신 의학 진단명은 아니며, 겉으로는 일상 기능을 유지하지만 내면에는 지속적인 우울감과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비공식적 표현에 가깝다. 해당 용어는 미국 정신과 전문의 Judith Joseph이 2024년 출간한 저서 'High Functioning'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해외 SNS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고기능 우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학업과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 일상생활을 비교적 정상적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우울증처럼 외부에서 드러나는 기능 저하가 뚜렷하지 않아 스스로도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성취 수준이 높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증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는 "해야 할 일은 모두 해내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도 끝내면 공허하다"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는 운동과 공부, 업무를 병행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상이 공유되지만, 동시에 쉬고 있으면 불안하고 생산적이지 못한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는 경험담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경쟁 중심 사회 속에서 누적된 심리적 압박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흐름은 여러 조사 결과에도 나타난다. 글로벌 정신건강 솔루션 기업 텔러스헬스(TELUS Health)가 발표한 '2025 정신건강지수(MH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47%는 우울감을, 44%는 고립감을, 43%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70%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량이 꼽혔다. 사회는 여전히 높은 생산성과 성과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정신적 피로 역시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쟁 구조는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청년들은 취업과 주거, 경제적 불안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쉬면 뒤처진다.'라는 불안감이 장기적인 스트레스와 감정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기능 우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서도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공허감과 무기력감, 이유 없는 피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단순한 스트레스로 넘기지 말고 상담이나 진료를 통해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청년 정신건강 문제 대응 확대에 나서고 있다.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는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상담 지원 등을 확대하고 있으며, 청년층 정신건강 검진 활성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보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충분한 휴식과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 마련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정혜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