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AI 시대, 진짜 문제는 '격차'다

등록 2026.05.24 12:00:00 수정 2026.05.24 12:00:09
청년서포터즈 9기 정희원 junghuiwon1@gmail.com

 

【 청년일보 】 취업준비생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소개서가 막히면 AI에게 초안을 맡기고, 과제 자료 정리도 AI 요약 기능으로 해결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일이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편리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 편리함을 누리다 보면 문득 "AI가 이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다면, 인간인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 질문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다. 지금 많은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현실에 가깝다.

 

생성형 AI의 발전은 노동시장의 분위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의 자동화가 공장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했다면, 지금의 AI는 문서 작성이나 번역, 디자인, 코딩처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영역까지 들어오고 있다. 기업들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고, 일부 직무는 실제로 규모가 줄거나 업무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청년층이다. 아직 노동시장 안에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시장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입이 하던 업무를 AI가 대신한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들린다. 단순 보조 업무뿐 아니라 초안 작성이나 자료 정리 같은 업무도 AI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신입 채용의 필요성을 낮게 체감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층 채용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감소한 청년 일자리의 대부분이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중장년층 고용은 오히려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경험과 경력을 가진 인력은 남고,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의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를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AI를 활용해 업무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만, 반면 일각에서는 기술 활용의 진입 장벽조차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출발선이 처음부터 같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 인프라의 차이나 디지털 소외 계층의 문제처럼,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어떤 환경에서 기술을 접했느냐가 취업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AI 시대의 청년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 속에서 누가 기회를 얻고, 누가 뒤처지는가의 문제에 더 가깝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지만,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까지 중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이러한 격차가 계속된다면 AI는 모두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또 다른 불평등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개인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려는 자세는 앞으로 더 필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청년들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 변화가 특정 누군가만의 기회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정희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국장 : 안정훈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