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해 3월 20일(한국시간) 출시된 '붉은사막'은 펄어비스 실적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다. 펄어비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천285억원, 영업이익 2천1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0%, 2,597%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1천58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단순한 신작 흥행 이상의 영역이다. '붉은사막' 흥행을 통해 펄어비스가 수년간 구축해온 글로벌 직접 서비스 체계와 자체 엔진 기반 개발 전략이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통해 미주·유럽·남미 등 주요 권역에서 직접 서비스 구조를 구축해왔다. 여기에 자체 개발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 기반으로 제작한 '붉은사막'까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개발·서비스·운영 전반을 자체 내재화한 구조가 본격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 '직접 서비스' 구조가 만든 '수익성'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률은 64.6%에 달했다. 단순한 신작 출시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규모 글로벌 출시와 마케팅이 동반된 분기였음에도 매출 대부분이 이익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배경 중에는 자체 엔진 기반 구조가 있었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는 이를 명시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보고서를 통해 "상용화 엔진을 사용할 경우 정기적으로 엔진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며, 해당 비용은 사용자 수 또는 매출액에 비례해 증가한다"며 "당사는 자체 개발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별도의 엔진 사용료가 발생하지 않으며, 로열티 이슈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즉, 흥행할수록 비용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를 피한 것이 높은 이익률을 뒷받침 한 것이다.
실제 지역별 매출 구조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1분기 미주·유럽 매출은 2천845억원으로 전체 실적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매출은 193억원, 아시아 매출은 451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패키지 판매 중심의 서구권 시장 공략이 실적 구조 자체를 바꾼 셈이다.
보고서는 서구권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관련해 "패키지 게임과 콘솔게임이 주류인 미주·유럽 등 서구권 시장은 콘솔 및 PC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장르와 같은 방대한 서사와 압도적인 그래픽 연출력을 앞세워 초기 강력한 흥행을 기록하는 패키지 게임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붉은사막'이 서구권 패키지 시장을 겨냥한 타이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붉은사막'은 출시 직후 스팀 매출 1위에 올랐고, 동시접속자 24만명, 트위치 시청자 50만명을 기록했다. 출시 하루 만에 200만장에 이어 26일 만에 500만장 판매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흥행에 성공했다.
◆ '검은사막'이 만든 기반 위에 올라선 '붉은사막'
이번 실적에서 확인된 또 다른 특징은 기존 IP의 안정성이다. '붉은사막'이 단기간 대규모 매출을 만들었다면, '검은사막'은 장기 서비스 기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2021년 미주·유럽 지역 '검은사막' 직접 서비스 전환 이후 스팀 탑 셀러(Top Seller) 1위, 일일 활성 유저(DAU) 225% 증가, 신규 유저 2,335% 증가 등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남미까지 직접 서비스 체계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운영 역량을 내재화했다.
보고서는 이 라이프사이클 유지 전략에 대해 "당사는 자체 게임 엔진의 신속성과 개발 용이성 및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게임 유저들이 낸 피드백을 신속하게 반영해 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제고하는 방법으로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시키고, 신규 유저를 유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검은사막'이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수익을 내는 배경이다.
'검은사막 모바일' 역시 일본·대만·글로벌 서버 통합 이후 신규·복귀 유저 정착률 개선 효과가 나타났고, 올해 3월에는 PC 클라이언트 도입과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콘솔 버전도 PlayStation5와 Xbox Series X|S 버전 출시 이후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붉은사막'의 성과는 단일 타이틀의 흥행이라기보다, '검은사막'을 통해 축적된 글로벌 운영 경험과 직접 서비스 구조, 자체 엔진 기술력이 맞물리며 만들어낸 시너지의 결과다.
◆ "숫자로 확인된 재무 체력 변화"
재무 구조 역시 빠르게 달라졌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결 자산총계는 1조4천138억원으로 전기 말 대비 2천647억원 증가했다. 유동자산은 9천908억원으로 확대됐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천451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천87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이익잉여금은 7천81억원으로 증가했고, 자본총계는 9천617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47.0% 수준에 그쳤다.
수익 구조 변화는 연구개발비 비중에서도 나타났다. 1분기 연구개발비는 292억원으로, 영업수익 대비 8.9%를 기록했다. 전년도 연간 연구개발비(719억원, 영업수익 대비 26.4%)와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붉은사막'이 출시 단계로 전환되면서 대규모 개발비 투입 구간이 종료된 영향이다.
다만, 이는 비용 축소보다 개발 사이클 변화에 가깝다. 현재 펄어비스는 차기 신작 '도깨비(DokeV)'와 '플랜 8(PLAN 8)'을 자체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다.
보고서는 블랙스페이스 엔진에 대해 "사실적인 질감 표현 및 자연스러운 광원 효과 등 최고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는 동시에, 개발 속도를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며 "PC·콘솔·모바일 및 스트리밍을 아우르는 모든 플랫폼에서 적용이 가능하기에 시장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CCP 매각…'선택과 집중' 본격화
펄어비스는 이번 분기 구조 재편도 함께 진행했다. 회사는 자회사 펄어비스 아이슬란드(Pearl Abyss Iceland ehf.)를 통해 보유 중이던 CCP ehf.(현 펜리스 크리에이션) 지분 전량을 지난달 6일 매각 완료했다. CCP 관련 사업은 이번 분기 중단사업으로 반영됐으며, 중단영업손실은 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과 '붉은사막'을 중심으로 자체 IP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차기 신작 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블랙스페이스 엔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신작 2종의 출시로 IP의 확장, 신규 IP 확보 및 매출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게임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개발 중인 신작 '도깨비'는 사람들의 꿈에서 힘을 얻어 성장하는 도깨비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게임스컴 2021 공개 이후 유튜브 770만 뷰를 기록하며 K-POP 스타일의 음악과 독창적 세계관으로 글로벌 유저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플랜 8'은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실적 그래픽과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돋보이는 엑소수트(Exosuit) MMO 슈터로, 새로운 장르 스펙트럼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노린다.
이렇듯 펄어비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단순히 '신작이 잘 팔렸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펄어비스는 직접 서비스, 자체 엔진, 장기 IP 운영, 글로벌 패키지 판매 구조를 하나의 수익 모델로 연결해냈다. '붉은사막'은 그 결과를 숫자로 증명한 첫 사례로 해석된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