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아픈 곳도 순서를 정해야 했다"…한정된 지원비의 현실

등록 2026.05.30 12:00:00 수정 2026.05.30 12:00:08
청년서포터즈 9기 문소이 pyuyuling@naver.com

 

【 청년일보 】 "병원은 가야 하는데 이번 달은 조금 버텨보려고요."

 

최근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취약계층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등 의료 취약계층의 경우, 질환 자체보다 의료비 부담이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경험은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의료서비스는 존재하지만, 실제 접근 가능성은 개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현실은 쉽게 확인된다. 복지관과 연계한 가정방문 봉사 과정에서 만난 한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은 고혈압 약 복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약값이 부담되어 며칠씩 아껴 먹는다"고 답했다. 병원 진료의 필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생활비와 의료비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다른 어르신은 허리 통증으로 거동에 불편을 겪고 있었지만 치료를 미루고 있었다. 그는 "검사받고 치료까지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참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취약계층은 한정된 지원비 안에서 어떤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할지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 공백이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질환 악화와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지고, 이는 결국 더 큰 의료비 지출과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큼 안정적인 의료 접근성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의료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 의료기관 확충을 넘어 실질적인 지원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방문건강관리 서비스 확대,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강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 구축 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이유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현재, 의료 사각지대 문제는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플 때 누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의료는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는 비용 부담 앞에서 아픈 곳의 순서를 정하며 치료를 미루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순간, 경제적 이유로 병원을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문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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