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가 국가 자산 역량을 왜곡해 증시 저평가를 야기한다고 진단하고, 도심 정비사업 속도전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근 지방선거 결과나 단기적인 전세 시장 불안에 흔들리지 않고, 세제와 금융 규제 강화를 통해 부동산에 묶인 유동성을 생산적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동시에 국토 균형 발전을 고려한 공급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자본 쏠림을 한국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짚었다. 국민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자본이 생산적 영역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가 만성적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 자산의 역량이 부동산에 다 잠겨 있다"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위 자본이라고 하는 게 부동산에 매여서 생산적 영역에 투입되지를 못하고 그러니까 주가, 주식시장은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 성향에 따라 되풀이되는 부동산 시장의 기형적인 시차 효과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보수 정부에서 담보를 풀어주고 이자율을 낮추며 '빚내서 집 사라'고 고사를 지내도 집값이 오르지 않다가, 그것이 몇 년간 쌓인 뒤 개혁 정부가 들어서면 폭등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몇 번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이상하게 그런 선입관, 아무 관계가 없지만 그런 선입관이 생겨났다"며 "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근로 의욕을 저해하는 불로소득 중심의 사회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남의 돈을 빌려 집을 사모으는 행위가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주는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자본주의 원칙을 지키되 불로소득에 가해지던 세제 특혜를 정상화하는 고강도 개편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건 상관없다. 못 가지게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 소득은 왜 그렇게 많이 깎아줘야 하나. 오래 투기했다고 뭘 깎아주나. 투기 권장 사회였던 거다"라며 고강도 보유세 개편이 올 7월 세제개편안의 핵심 축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세제 개편의 칼끝은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 시장의 고질적인 투기 심리도 겨냥하고 있다. 쓸모없는 산속 임야나 농지마저 대지 전환 가능성만으로 평당 수백만원씩 호가하는 현실을 '이상한 구조'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투기를 위해서 땅을 사모아놓으면 돈이 되더라, 수십 년 동안 그러다 보니까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어진다"며 기대 수익률 자체를 낮춰 필요한 사람이 땅을 사서 쓸 수 있도록 세제 장치를 고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금융 부문에서도 가계부채발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긴축 기조가 전개될 예정이다. 현재 민간 부채 규모가 2천조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자산 거품이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통계적 수치를 인용하며 국내 자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고평가 상태를 경고했다. 특정 계층이 소득을 전혀 소비하지 않고 모았을 때 집을 사기까지 "15년 넘게 걸리는 걸로 돼 있을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쪽에 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생을 오로지 집값을 갚는 데 바치는 구조는 결국 일본의 30년 장기 침체처럼 자산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은 민간 가계의 저축 자산이 많았으나 한국은 부채가 많아 충격의 파괴력이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수건 돌리기 같은 거다. 어느 순간에 폭탄 돌리기, 어느 순간에 터진다"로 비유하며 "해결해야 되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고 강력한 대출 규제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 등 가계대출 고삐 죄기 정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전세 제도를 과도한 대출 확대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갭투자와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된 '사금융'으로 규정했다.
최근의 전세 매물 감소 역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따라 매물이 유도되고 이를 무주택자가 매입해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봤다.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이를 정상화로 가는 연착륙 과정으로 해석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은 그간 가계부채 증가 등 여러 지적이 있었으나 표심과 연계될 수 있어 쉽게 손대기 어려운 사안이었다"며 "이번 정부에서 과감하게 조정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전세자금대출이 부동산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서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래 저금리 시기에 취약계층의 주거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어느 순간부터 일반복지처럼 적용 대상과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정책 역시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대전제와 맞물려 전개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도시 건설 방식에 대해 "그린벨트 훼손해가지고 신도시 만들고 지으면 해결 일시적으로 된다"면서도 "서울로 다 몰려와가지고 지방이 다 죽는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외곽 신도시 개발 같은 단기 처방을 지양하고, 서울 등 도심 내 정비사업의 규제를 완화해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022, 23, 24년 이 3년 동안에 공급이 확 줄었다"며 정비사업 인가와 착공 물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현 상황을 공급 가뭄의 원인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신축과 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속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세제 압박을 통해 다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고, 서민과 중산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충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할 방침이다.
다만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조율이 과제로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공급 확대 자체는 긍정적이나 정책 기조가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주도 정비사업과는 일부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을 '현장과 괴리된 시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정책 참사'"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 규제, 다주택자 압박 등 정부의 거친 규제가 전세 공급 감소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을 돌파했음에도 최대 주택 대출은 6억원으로 묶여 현금 7억원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왜곡된 시장 구조가 서민들을 월세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진단이다. 오 시장은 무너진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조속히 대통령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