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3천756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에 역대 최대 규모인 6천2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이번 사고가 국내 개인정보 보호 제도 전반에 미친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유출 규모뿐 아니라 사고 대응 과정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하면서 피해 규모를 약 4천500건이라고 밝혔지만, 불과 9일 만에 이를 약 3천370만건으로 정정했다. 유출 규모가 약 7천500배 늘어나면서 소비자 불안과 사회적 비판이 확산됐다.
이는 앞서 발생한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잇따른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현행 제재 체계만으로는 기업의 책임을 충분히 묻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키웠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행 과징금 체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 규정 위반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며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회는 올해 2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반복 위반이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9월 1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최근 3년 내 고의·중과실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거나, 고의·중과실로 1천만명 이상 정보주체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과징금 상한이 전체 매출액의 3%였던 점을 고려하면 제재 수위가 크게 강화된 셈이다.
과징금 산정 기준도 강화됐다.
지난달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및 과징금 부과 기준 개정안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감경을 제한하고, 과징금 산정 시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과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 가운데 더 큰 금액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IT·플랫폼 기업의 경우 빠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이 실제 기업 규모에 비해 낮게 산정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제 규모와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수준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쿠팡에 부과된 과징금에는 강화된 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행정처분은 원칙적으로 위반행위 당시의 법령을 적용하기 때문에 개정 법률의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3천756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타사 웹·앱에 접속한 회원 약 1천117만명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법적 근거 없이 수집한 사실을 확인하고 총 6천246억8천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넘어 국내 기업들의 개인정보 관리 수준과 책임 범위를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기업들은 보안 투자 비용을 비용이 아닌 필수 경영 요소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월부터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시행되면 대형 플랫폼과 유통기업들은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정보 보호가 기업 신뢰도와 직결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법무나 보안 부서의 관리 영역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경영 리스크로 인식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수천만명의 회원 정보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곧 브랜드 신뢰도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관련 투자와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쿠팡 사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재무적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에는 개인정보 보호 체계 구축 여부가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가 평가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