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청년에게 지방 정착을 말하기 전에

등록 2026.06.13 11:00:00 수정 2026.06.13 11:00:08
청년서포터즈 9기 이건 dlrjs111@daum.net

 

【 청년일보 】 올해 초, 한 20대 청년이 유아임용고시에 합격해 강원도 한 소도시로 향했다. 앞으로의 안정적인 미래를 의미하는 공무원증과 관사는 청년에게 설렘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생활 인프라의 부족과 제한적인 문화시설은 도시 규모상 어느 정도로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관사의 하자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었다. 누수와 시설 문제 등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배려해서 관사 쓰는건데 고쳐달라는 말 너무 당연하게 한다"라는 핀잔이었다.

 

이 이야기가 모든 청년의 경험에 해당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겪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 인구 유입을 강조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되묻게 된다.

 

지방 소멸 위기가 커지면서 각 지자체는 청년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거 지원부터 취업 연계 사업까지, 청년을 지역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청년을 지역으로 오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하는가이다.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 공간이 제공된다고 해서 곧바로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생활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지역 구성원으로서 존중받는 경험 역시 중요하다. 청년들은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최소한의 생활 환경과 정당한 요구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원할 뿐이다.

 

주말이면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고, 필요한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래 청년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이런 불편함이 하나둘씩 쌓이면 지역은 '살아가는 곳' 보다 그저 '잠시 머무는 곳'으로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와의 소통 부족이나 외지인에 대한 거리감까지 더해질 경우, 청년들은 해당 지역을 삶의 터전이 아닌 잠시 머무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청년이 관사 수리를 요청한 것은 특혜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기 위한 당연한 요구였다. 하지만 문제 제기 자체가 불평으로 받아들여졌을 때, 청년은 자신이 환영받는 존재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지방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족한 인프라만이 아닐 수 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화의 부재 역시 또 다른 장벽이다.

 

우리는 종종 청년들에게 지방으로 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청년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는가?

 

청년들에게 지방에 남으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전에 지역이 청년을 붙잡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일자리와 주거를 넘어, 청년이 존중받고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비로소 지역은 청년을 붙잡을 수 있다. 청년에게 지방 정착을 말하기 전에, 먼저 청년이 머물고 싶어지는 지역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건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국장 : 안정훈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