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티키타카'는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부인 의사당대로 1번지에서 오가는 여야의 다양한 언어의 합을 포착합니다. 파편화된 발언의 나열을 넘어, 날 선 인용구 속에 숨겨진 정당의 전략과 정국 주도권의 향방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6·3 지방선거 책임론 정국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호남 현장 회의를 기점으로 세력 간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텃밭인 광주를 찾아 정면 돌파와 당의 결속을 도모했으나,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대표직 사퇴와 연임 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하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둔 계파 간 내홍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남·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고, 더 낮은 자세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겠다"라며 "부족한 것은 채우고 가다듬을 것은 더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정·청(당·정부·청와대)이 원 팀, 원 보이스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선거 직후 본인이 언급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라는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당내 논란을 진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정 대표의 면전에서 인적 쇄신을 강하게 압박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뻔뻔한 지도부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된다"며 "저는 다음 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정 대표의 과거 발언 형식을 비틀어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라며 "우리는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당권파 내부에서는 즉각 감정 섞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를 이유로 당을 흔들고 당원들 선택보다 앞서 당의 방향을 정하려는 듯한 말과 행동은 결코 민주당스럽지 않다"라며 "큰 물길을 앞에 두고 배 안에서 서로 노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동시에 차기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겨냥해 "대통령 순방 중에 국가를 대리하는 책임자가 연이틀 당선자 워크숍에서 축사하고 사진 찍는 게 진짜 급한 업무냐"며 역공을 폈다. 설전이 과열되자 정 대표는 "다른 걸 틀렸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민주당이 되면 좋겠다"고 장내 수습을 시도했다.
이 같은 당내 세력 균형의 균열은 전당대회 규칙의 핵심인 '권리당원 1인 1표제' 노선 갈등으로 전이되는 형국이다. 12일 정 대표가 제도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전현희·김남희 의원의 실명이 게재된 기사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용하며 "1인 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올린 것이 도화선이 됐다.
당사자들은 즉각 집단 반발에 나섰다. 김남희 의원은 "당 대표라면 당 의원들 이름을 공개적으로 저격하기 전에 적어도 소통하셔야 하지 않나"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전현희 의원 역시 "당 대표의 공개적 좌표 찍기 대상이 돼 밤새 쏟아지는 욕설과 문자 폭탄을 받았다"라며 "존재하지도 않는 ‘1인 1표제 훼손죄’를 만들어 자당 소속 의원들을 실명으로 공개 저격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한 옹호론이 재차 맞부딪쳤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후에 당원 1인 1표제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라며 "이를 부정하고 흔드는 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당권파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정 대표가 독자적으로 띄운 검찰 "보완 수사권 전면 폐지" 쟁점은 당정 간의 정책적 불협화음으로까지 비화되는 조짐이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권한 배제로 인한 국민적 피해 우려를 나타낸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당원층을 결집하려는 정무적 의도가 투사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계파 간 전면전으로의 확산 될 조짐이 보이자 내부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12일 국회 간담회에서 정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압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고 숙고 중"이라며 "(정 대표가) 충분히 입장을 정리하고 표명할 때까지는 기다려 주시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6·3 지방선거 공과를 둘러싼 계파 간 시각 차이가 당권 행로와 전당대회 노선 투쟁으로 수렴되는 양상"이라며 "호남에서 촉발된 당권 경쟁과 지선 책임론이 이후 전당대회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상호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